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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역사 뒤안 서성이던 ‘임화 문학’ 되살아난다

등록 2008-10-16 18:59수정 2008-10-16 19:10

탄생 100돌 맞아 재조명 활발
카프 활동 앞장 ‘한국문학 풍운아’
1947년 월북뒤 스파이 몰려 사형

임화문학상 제정 이어 전집 발간
17일부터 이틀간 대대적 학술대회

이번주 월요일(10월13일)은 한국문학의 풍운아 임화(1908~1953)가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임화는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 중앙위원회 서기장을 역임한 좌익 문예활동가이자, <네거리의 순이> <우리 오빠와 화로> 같은 ‘단편 서사시’를 최초로 시도한 시인이며, 선구적인 리얼리즘론과 민족문학론을 개진해 1970, 80년대 민족문학론의 골간을 마련한 문학비평가이기도 하고, ‘개설 신문학사’ 연재를 통해 유물사관에 입각한 문학사 연구의 깊이를 실증해 보인 문학사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빼어난 외모로 <유랑> 같은 영화에도 주연배우로 출연한 바 있는 전방위적 예술가였다.

그러나 1947년 말 월북한 그는 1953년 박헌영을 필두로 한 남로당 계열이 숙청될 때 ‘미제의 스파이’로 몰려 사형당한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뒤로는 남에서나 북에서나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었다.

그렇게 역사의 미아가 되어 문학사의 뒤안에 내팽개쳐져 있었던 임화가 되살아난다. 탄생 100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출판과 학술행사 등이 활발히 이어지는 것이다. 우선, 지난 2월 창립 1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임화문학상’ 제정 사실을 공표한 바 있는 소명출판(대표 박성모)이 임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염무웅)를 정식으로 출범시키고, 내년 10월 1회 시상을 목표로 활동에 들어갔다.신경림·구중서·임형택·도종환씨 등으로 운영위원회를 꾸린 소명출판은 “임화의 문학정신과 실천활동에 근거해 수상자를 선정하겠다”며 “여느 문학상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롭고도 특색있는 문학상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운영위원인 임형택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 근대문학사 연구는 임화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그만큼 풍부한 창조성과 현재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임화에게서 퍼올릴 것들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운영위원회 간사를 맡은 임규찬 성균관대 교수도 “임화가 시와 비평과 문학사, 문예운동에 두루 걸쳐서 활동한 문인인 만큼 적어도 그런 정도의 전인적 활동을 보여준 문인을 수상자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학상 시상에 앞서 이달 말에는 전체 8권으로 된 임화문학예술전집이 역시 소명출판에서 발간된다. 전집은 <시> <문학사> <문학의 논리> <문학평론 1> <문학평론 2> <산문 1> <산문 2> <연보, 색인, 화보> 등으로 이루어졌다. 월북문인 해금 직후인 1988년, 풀빛출판사에서 전집 발간을 시도했으나 첫째 권으로 시집 <현해탄>을 낸 뒤 무산되었으며, 그 뒤 <문학의 논리>(서음), <임화 신문학사>(한길사), 미완의 ‘임화 전집’ 1권(시)과 2권(문학사)(이상 박이정) 등의 간헐적인 출간이 있었을 뿐 임화의 글을 총망라한 전집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화 주간’이라 할 이번주 금·토요일(17~18일)은 숭실대에서 ‘임화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대규모로 열린다. 민족문학사학회(회장 김영 인하대 교수)와 한국작가회의 부설 민족문학연구소(소장 김재용 원광대 교수)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염무웅 임화문학연구회장을 비롯해 26명의 국문학자가 발표와 토론자로 나선다. 18일 대회에서 ‘변증법적 사상가로서의 임화’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문학평론가 신두원씨는 “국문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누구나 임화를 붙들고 씨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 사람의 작고 문인을 대상으로 수십명의 국문학자가 이틀에 걸쳐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임화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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