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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잠자는 미녀’ 웹하드에서 깨어나다

등록 2008-10-29 19:18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의 유통실험
온·오프 동시개봉 첫 실험
2천원에 합법적 내려받기

23일 개봉한 이한나 감독의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당연히 극장에 가면 된다. 그러나 볼 수 있는 극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중성이 약한 독립영화라 전국 상영관을 5개밖에 잡지 못했다.

둘째, ‘위디스크’ ‘폴더플러스’ ‘클럽하드’ 등 웹하드 업체를 찾으면 된다. 오프라인 배급에 한계를 느낀 <슬리핑 뷰티> 제작진이 웹하드 업체를 통한 온·오프 라인 동시 개봉이라는 모험을 택한 것이다. 보통 새 영화가 나오면 먼저 극장에 올린 뒤 케이블·디브이디·공중파 같은 부가시장으로 확산시켜 나가게 되는데, <슬리핑 뷰티>는 이 과정에서 극장과 부가시장의 흥행 시차를 뜻하는 ‘홀딩백’을 파괴했다. 이런 방식은 영화판에서 첫 시도다. 물론 관객들은 영화를 2천원에 ‘합법적’으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제작사 ‘키노아이’ 쪽은 “전통적인 영화 유통 구조에 처음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슬리핑 뷰티>의 새로운 실험은 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나기 힘든 독립영화의 현실적 선택으로 보인다. 한 편의 영화를 극장에 거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극장을 설득하고, 한 벌에 200만원 안팎인 극장 상영용 프린트를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관객 한 명의 입장권 수입 7천원에서 극장 몫, 세금, 영화진흥기금 부과금을 떼고 나면 제작사 몫은 3천원 안팎이다. 프린트 한 벌 당 본전을 뽑으려면 700명의 관객이 들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독립영화 1회당 입장객은 수십 명에 불과해 프린트 제작비도 뽑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흥행작도 다운로드 주목
‘추격자’ 온라인서 5억 매출

<슬리핑 뷰티>의 온라인 유통을 맡은 ‘시네21i’ 쪽은 “새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23일 개봉 뒤 일주일 만에 500만원 정도 매출이 생겼다. 제작사 쪽에서 가져가는 돈은 이 가운데 절반 정도. 시네21i 관계자는 “큰 수입이라고 부를 순 없지만, 전에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새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하드 업체의 게시판에는 ‘영화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거나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고 잔인하다’는 등의 누리꾼 반응도 달렸다.

기존 흥행 영화들 역시 다운로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다운로드’ 시장은 한국 영화의 취약한 수익구조를 개선할 대안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비디오·디브이디 시장의 붕괴로 전체 영화 수익의 80%를 ‘티켓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는 온라인에서 700 메가바이트(Mb)짜리 파일 두 개 또는 1.4 기가바이트(Gb)짜리 파일 한 개로 구성된다. 이를 웹하드에서 불법 다운로드 받으면 500원 안팎의 수수료가 든다. 이에 견줘 최신 영화의 합법 다운로드 가격은 2천~3천원 수준이다. 한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90년대의 비디오 한 편 대여 가격과 비슷해 유료화에 따른 누리꾼들의 저항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 <추격자>가 온라인 배급을 시작해 10월 말 현재 5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웹하드 업체들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색계> 등의 흥행 영화를 1천~3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남는 문제는 영화 제작사, 웹하드 업체,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온라인 유통 회사들이 합리적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를 위해 내년까지 16억원을 들여 난립한 웹하드 업체의 영화 편당 다운로드 횟수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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