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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국만화의 전설, 고우영

등록 2009-01-08 14:53

놀부전 등 ‘신고전열전’ 10권 나와
현실비판 때문 80년대 검열받기도
한국 만화판에서 고우영(1938~2005)은 이제 전설의 이름이다. 국내 최초의 신문 연재만화 <임꺽정>(1972년)을 시작으로 <수호지>(1973), <일지매>(1975), <삼국지>(1978)를 거쳐 <십팔사략>(1993)으로 이어지는 고우영표 ‘대하 사극’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만화 전문출판사 애니북스가 새해를 맞아 고우영의 대표적 고전 소품들인 <놀부전>(원제 <놀부뎐>), <통감투>(1·2권), <바니주생전>, <거북바위>(1·2권), <흑두건>(1·2권), <아라노와 오가녀>(1·2권) 등 10권을 ‘신고전열전’이란 이름으로 새로 묶어 내놨다. 대부분이 70년대 대작들과 90년대 <십팔사략> 사이의 ‘공백기’인 80년대에 <일간스포츠> 지면에 소개됐던 작품들이다. <놀부전>은 ‘제비가 물고 온 박씨와 그 속에서 쏟아진 금은보화’라는 극의 전개를 처음부터 배반한다. 놀부와 흥부의 아버지 고향은 ‘충청도와 전라도와 경상도의 삼도가 잇닿은 어름’. 교통 요지에 자리한 탓에 땅을 샀다 하면 땅값이 스무 배, 서른 배 뛰는 노른자위 땅이다.

극의 배경은 비슷하지만, 제비와 박씨는 등장하지 않는다. 흥부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박으로 고유의 ‘민속 탈’을 만들어 대박을 터뜨린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놀부는 플라스틱으로 바가지 탈을 만들어 물량 공세에 나서지만, 흥부의 특허권을 침해한 사실이 밝혀져 제품 전량이 폐기처분되는 위기에 빠진다.

<통감투>에서는 수양대군과 단종 사이의 비극을 지켜보는 민초들의 삶을 그리고, <바니주생전>에서는 남녀의 줄다리기 심리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또 <흑두건>(그림)은 조선 숙종 때 사대부의 당파 싸움에 휘말린 서민들의 이야기, <아라노와 오가녀>는 고구려 건국 직전 부족 사회가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쌍둥이 남매의 모험을 그렸다.

‘신고전열전’의 만화들이 그려진 시대는 80년대다. 고우영 만화는 고전에 빗대 현실을 꼬집는 ‘촌철살인’의 비판정신 때문에 단행본 출판 당시 혹독한 검열의 대상이 됐다.

“내 집 노비는 내 맘대로 다룬다. 국밥이든 개밥이든 줄 필요가 없다.”(<흑두건> 중)

하인의 운명을 파리 목숨처럼 다루는 조선 양반들의 서늘한 풍경이, 이 시대 위정자들의 후안무치와 묘하게 겹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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