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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논쟁의 기록, 책으로 - ’고종황제 역사청문회’

등록 2005-05-12 17:14수정 2005-05-12 17:14

고종에 관한 진실을 민중들도 논하시오!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교수신문>을 중심으로 펼쳐진 ‘고종 논쟁’ 또는 ‘대한제국 논쟁’은 21세기 한국 학계의 서장을 장식한 기념비적 논쟁이다. <교수신문>에 글을 실은 학자만 11명이다. 학계 원로급 인사로부터 소장학자에 이르기까지 역사학·경제학·정치학 전공자들이 모두 망라됐다. <역사비평> <내일을 여는 역사> 등 여러 학술 계간지에 관련 논쟁이 번졌고, 크고 작은 학술대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다. 이런저런 자리와 지면을 통해 이 ‘대회전(大會戰)’에 뛰어든 학자는 수십여명에 이른다.

이번에 출간된 <고종황제 역사청문회>(도서출판 푸른역사)는 그 ‘전쟁’에 대한 기록이다. 학술매체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흥미진진하고 치열했던 학술 논쟁의 숨결을 실감할 기회다.

자본주의로의 첫 편입 ‘결절점’
대한제국 시기 어떻게 볼것인가
내재적 발전-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의 불씨 번져

2005년 봄
시민사회 좌우대립과 일맥상통

논쟁에 직접 참여했던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종논쟁’은 근본적으로 “한국 근대경제 이행 논쟁이라 부름직하다.”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 못지 않은 ‘파급력’을 갖고 있음으로 인해 아직까지 그 여진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 편입되는 중요한 결절점인 대한제국 시기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는 △일제 식민지 시기에 대한 평가 △박정희 개발독재에 대한 평가 △최근의 신자유주의 사조에 대한 평가 △향후 한국 자본주의 발전 전략에 대한 전망 등으로 줄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논쟁은 식민사관 극복을 내건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내재적 발전론’과 이를 비판하는 경제사학자들의 ‘식민지근대화론’간의 대결 양상을 띠게 됐다. 2005년 현재, 한국 학계, 나아가 시민사회의 좌·우 진영은 이들이 전개하고 있는 이론적 논쟁과 일정한 맥을 함께 하며 헤게모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 김재호 전남대 교수(경제학) 등은 “대한 제국은 외부의 충격을 맞아 조선의 전통문명이 대응한 양상 이상의 것이 아니다”(이영훈)라고 평가하며, “고종의 민국정치 이념은 근대사회를 건설하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김재호)고 지적한다.

반면 이태진 서울대 교수(국사학)는 “대한제국은 (고종의) 무능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 (고종 등이 추진한) 근대화 사업의 빠른 성과에 대한 침략주의 일본의 조기 박멸책에 의해 희생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논쟁은 주진오 상명대 교수(국사학)와 이병천 강원대 교수 등이 ‘근대와 주체’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더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근대화만 이룩됐다면 그 권력의 주체가 한국인이건 일본인이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논리에 빠져 있다”(주진오)는 비판에 이어 “단선적 진화론이나 폐쇄적 쇄국주의를 넘어 자신의 주체성을 새롭게 되물으면서 ‘주체적 세계화’를 지향하는 내재적 발전론의 재구축이 필요하다”(이병천)는 제안까지 나왔다.

그 결론이 무엇이건 이 논쟁은 고종을 근현대사의 ‘주역’으로 복권시켰다는 의의가 깊다. 흥선대원군의 무능한 아들이거나 명성황후의 우유부단한 남편에 불과했던 고종을 ‘황제’의 지위에 걸맞은 눈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이 시대 역사 왜곡이 고종의 무능을 핵심으로 삼았다”(이태진)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학계에서 명망과 실력을 인정받는 학자들이 자신의 글에 ‘날과 심’을 박아 상대를 향해 매서운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확인하는 건, 이 책을 읽으며 덤으로 얻는 재미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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