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와키 지즈루(28)
한일합작 영화 ‘오이시맨’ 주연 이케와키 지즈루
2004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영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일본 배우 이케와키 지즈루(28·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신인 배우 이민기와 호흡을 맞춘 한-일 합작의 청춘 로맨스 <오이시맨>(김정중 감독)의 홍보를 위해서다.
11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즈루는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화 느낌 그대로 청순하고 귀여웠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영화를 얘기하는 모습에서 왜 많은 한국인들이 그를 좋아하는지 짐작이 갔다.
<오이시맨>에서 지즈루는 할머니와 함께 홋카이도 몬베츠 공항 근처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메구미 역을 맡았다. 고아인 그는 내면에 깊은 슬픔을 안고 있지만, 늘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당찬 소녀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영화 속 그의 상대는 한국 가수 현석(이민기). 현석은 한때 잘나가는 뮤지션이었지만 난데없이 찾아온 이명 현상으로 음감을 잃어버린 뒤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세상의 끝’이라 생각되는 홋카이도로 훌쩍 여행을 왔다. 이곳에서 둘은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된다.
영화에는 진한 러브신은 없지만 말없이 주고받는 눈빛이 있고, 감미로운 기타 선율이 있다. 지즈루는 마음을 읽는 절제된 대사와 우수 깊은 표정, 따뜻한 몸짓을 한껏 발산했다. 그는 <오이시맨>을 한마디로 소개해 달라는 주문에 “고독과 좌절, 슬픔의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 서로 공명해 가는 영화”라고 답했다.
총제작비 6억원의 저예산 영화이지만, 그는 한국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 덮인 산에서 양동이를 뒤집어쓴 현석에게 눈덩이를 던지는 장면을 찍을 때는 영하 20도의 극한 상황이어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지즈루는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영혼을 교감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19일 개봉.
글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