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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만화가여, 이젠 스토리작가 몫 인정하시라

등록 2009-04-05 18:28수정 2009-04-05 22:07

“만화가여, 이젠 스토리작가 몫 인정하시라
“만화가여, 이젠 스토리작가 몫 인정하시라
‘만화는 공동저작물’ 잇단 판결에 자신감
스토리작가협회 “저작권 무시땐 법적대응”
만화는 글과 그림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만화책 표지에는 ‘글·그림 ○○○’ 식으로 만화가가 도맡아 한 것처럼 표기돼 있다. 하지만 실상은 상당 부분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다. 최근 들어 ‘글 ○○○ 그림 ○○○’ 식으로 병기되는 경우가 늘었지만, 음지에서 이름 없이 활동하는 만화 스토리 작가들은 여전히 많다. 이들이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공동저작권 되찾기에 나섰다.

계기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나온 민사소송 판결이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가 지난해 12월, 만화가 조명운씨는 원고 최재봉·임경석씨에게 각각 1500만원과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씨는 1980~90년대 대본소 만화로 유명한 작가이고, 최씨와 임씨는 조씨와 작업한 스토리 작가다. <런닝맨> <동경 자이언트> 등 조씨의 작품 수십여 편이 2004년 이후 재출판되고 다음·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 서비스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스토리 작가 쪽은 “재출판이나 인터넷 서비스가 스토리 작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 배분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조씨는 “스토리 작가는 업무 보조자에 불과하며, 당시 ‘매절 계약’ 개념으로 스토리를 샀으므로 저작권까지 양도된 것”이라며 맞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부 작품이 조씨와 원고의 공동저작물로 인정된다”며 “조씨는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만화 작품에 대한 스토리 작가의 공동저작권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인정된 것이다. 올 1월 서울서부지법 판결도 비슷했다. 재판부는 축구 만화로 유명한 작가 오일룡씨에게 원고인 스토리 작가 3명에 각각 150만~25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이와 관련한 법원 권고 결정도 있었다. ‘불청객 구영탄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 고행석씨를 상대로 스토리 작가가 낸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고씨가 스토리 작가에게 손해배상금 1천만원을 지급한 뒤 인터넷과 재출판 등으로 추후 발생할 수익의 20%를 매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고씨와 스토리 작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런 판결에 힘입어 스토리 작가들은 제 권리 되찾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는 지난달 30일 정기총회를 열고 공동저작권 회복을 위해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조성황 협회장은 “스토리 작가의 공동저작권을 무시해온 다른 만화가들과 합의를 시도하고 그래도 안 되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민사소송 판결 이후에도 개선될 기미가 없는 만화가에 대해선 형사고발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명운씨는 “손해를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은 났어도 앞으로 발생할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스토리 작가의 요구는 기각됐다”며 “스토리 작가의 공동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본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법정 다툼의 불씨가 남아 있는 것이다.

만화가 허영만씨와 <타짜> <사랑해> 등을 작업해온 스토리 작가 김세영씨는 “스토리 작가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나 홀로 지난한 싸움을 벌여왔고, 개인적으로는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며 “나뿐 아니라 모든 스토리 작가들이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1987년 연재를 시작한 <오! 한강> 때부터 ‘글 김세영 그림 허영만’처럼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이름을 병기해왔다.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처럼 병기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박성식 문화콘텐츠 기획자는 “요즘에야 처음부터 인터넷 등 부가 판권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 대본소 만화 시절에는 그런 개념이 없어 혼선이 일어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등한시돼온 스토리 작가 권리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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