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인 박영근(1958~2006)
“민중가요를 넘어 국민적 애창곡이 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시 저작자가 박영근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세요.”
오는 11일로 3주기를 맞는 노동시인 박영근(1958~2006·사진)의 부인인 성효숙씨는 4일 낮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호소했다. 현장에는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김이구씨와 박영근 시선집 <솔아 푸른 솔아>(백무산·김선우 엮음)를 내는 강출판사의 대표인 문학평론가 정홍수씨가 동석했다.
1986~7년 연세대에 재학중이던 안치환씨가 만들어 불렀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1984년에 나온 박영근의 시집 <취업 공고판 앞에서>(청사)에 수록된 <솔아 푸른 솔아-백제 6>과 <고향의 말 4>를 비롯한 시를 변형시켜 만든 가사에 안치환씨 자신이 곡을 붙인 노래다. 그러나 1989년 노찾사 2집 음반 첫곡으로 수록될 때 이 노래는 ‘노찾사’ 이름으로 발표되었을 뿐 작사·작곡자의 이름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1994년 안치환씨의 1+2집 음반이 나올 무렵부터 ‘안치환 작사 작곡’으로 통용되기 시작했으며, 1998년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도 ‘안치환 작사’로 등록되었다. 지난해 가을 동료 문인들이 만난 자리에서 이 노래의 원저작자를 찾아 주자는 이야기가 나와 안치환씨 쪽에 전달되었고, 이에 대해 안씨는 공동 저작으로 하자는 제안을 해 왔으나 유족이 동의하지 않자 올 1월께 일방적으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공동 저작자로 등록해 놓았다고 성효숙씨는 밝혔다.
한편 9일 오후 2~5시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 시다락방과 ‘허물어진 삶터’에서는 박영근 3주기 추모 심포지엄과 공연이 열린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이성혁·유성호씨가 발표하며, 안현미·박철·신현수 시인 등의 시낭송과 노래패 꽃다지의 공연 등이 이어진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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