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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창비’ 에 박정희 관련 기고 뉴스인물 된 백낙청 교수

등록 2005-05-20 16:32수정 2005-05-20 16:32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박정희 시대’ 이성적 토론 계기되길

거의 매년마다 5월 둘째 주의 뉴스인물은 박정희(5·16)와 전두환(5·17)과 광주시민(5·18)이다. 그러나 올해는 한 사람이 추가됐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다.

그는 최근 발간된 <창작과비평> 여름호에서 “‘주식회사 한국’의 CEO 박정희에 대해 민주화진영이 충분한 인정을 안해준 것이 사실”이라고 썼다. 이런 표현은 매스컴을 타면서 ‘변주·증폭’됐다. 유신을 반대하다 해직까지 당했던 진보 지성인의 ‘박정희 끌어안기’라는 식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백 교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몇몇 언론이 일부 대목만 핵심적으로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원래 취지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어서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이야기는 분명 그의 글 속에 있다. 백 교수는 그 ‘전후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글은 지난해 11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박정희 시대 재평가’라는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당시 박 대통령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오원철씨가 기조연설을 했는데…. 참 놀라운 게 (오씨는 물론) 한국 교수들 가운데 박정희 찬미자들이 적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다음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가 현장에서 다시 글을 써서 발표했죠. ‘좋다, 최고경영자로서 잘한 것 인정한다. 그러나 한 국가의 최고경영자와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다르고, 역사를 평가할 때 그런 측면만 봐서는 안된다’며 반론을 펼친 겁니다.”

그가 박정희를 ‘유공자’라고 표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중앙일보> 시평에서 백 교수는 <창작과비평> 원고와 거의 동일한 논지를 펼쳤다. 발전에 대한 박정희의 공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 발전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는 측면에서 ‘지속불가능한 발전의 유공자’라는 표현도 썼다. 이번에 논란이 된 백 교수의 ‘박정희관’이 새삼스런 일은 아닌 셈이다.

백 교수가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힌 ‘박정희관’의 대강은 이렇다. “박정희 패러다임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에 동의합니다. 다만 앞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할 때, 경제성장의 동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여러 글과 좌담 등을 통해 밝혀온 백 교수의 이런 주장은 “교묘한 부국강병주의나 개발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여러 학자들의 비판을 들었다. 그의 고민에는 일정한 ‘정세적 고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일반 대중들이 ‘박정희를 하나부터 열까지 나쁘다고 하는 민주화세력을 어떻게 믿느냐’는 정서를 갖는 건, 박정희 유산을 청산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백 교수의 글은 박정희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깊은 ‘근심과 딜레마’를 반영한다. 백 교수는 “몇몇 언론이 쓴 것처럼 제 글을 보고, 백 아무개가 누굴 지지했느니, 뭘 인정했느니 하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이성적·종합적 토론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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