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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일본 평화헌법 폐기땐 돌이킬 수 없는 사태”

등록 2005-05-23 19:12수정 2005-05-23 19:12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차 방한한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차 방한한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 서울 국제문학포럼에 온 오에 겐자부로

“지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 포기를 선언하고 있는 일본 헌법 9조가 폐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에 걸쳐 일본 정부·여당과 재계를 중심으로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지금 일본은 자위대라는 군대를 지니고 있으며 군비 예산을 집행하고 있고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기까지 해서 현실이 헌법의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 포기를 명문화한 헌법 9조마저 개정되어 없어진다면 사태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일본은 군비 확충에 이어 또 다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23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70)는 일본에서 일고 있는 헌법 개정 움직임과 그에 대해 반대하는 자신을 비롯한 지식인·시민들의 운동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오에의 기자회견은 24~26일 열리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의 첫 공식행사인 셈이었다. 어느덧 칠순에 이른 오에는 여전히 온화하고 친근한 인상이었지만, 헌법 개정 문제를 비롯한 소신을 밝히는 대목에서는 단호한 견해를 내놓았다.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우리는 ‘9조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로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을 펼치는 방식인데, 1년 만에 2만5천 명이 강연에 참여했고, 전국에 1500여 개의 소모임이 결성되었다. 우리는 다음 세대 아이들이 평화헌법이 지켜지는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그래서 일본이 아시아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되도록 하려는 희망을 견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비록 희망이 30%이고 희망 없음이 70%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오에의 이날 회견 발언은 24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문학포럼의 기조강연으로 발표할 내용과 많은 부분 겹쳤다. 엘리어트의 시 <네 개의 사중주>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 온 <우리는 나즈막이 나즈막이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제목의 강연 원고에서 오에는 작가로서 자신의 최근 작업에 대해서도 털어 놓고 있다.

“나는 지금 아마도 내 생애에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장편소설이 될 것 같은 소설을 쓰고 있다. <안녕, 나의 책들이여>라는 제목의 이 3부작 소설은 제1부가 잡지에 발표되었으며, 지금은 제2부를 최종 마무리하고 있고, 그것이 끝나면 현재 초고 상태인 제3부의 수정과 퇴고에 들어가야 한다.”

오에는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용서되고 해결될 줄 알았는데, 나 자신이 칠십대가 되고 보니 모순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더 분명해지더라”며 “그 모순을 있는 그대로 껴 안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인 아들이 내가 죽은 뒤에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문제를 비롯해 노년의 내 앞에 놓인 상황은 음울하고 두렵기만 하다”면서도 “그런 기조 속에서도 끝끝내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에는 예정된 1시간을 넘겨 회견 끝을 알리는 주최측의 안내 이후 발언을 자청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 연설과 대국민 담화를 읽은 소감을 밝혔다.

“일본이 과거사를 진정으로 반성함으로써 두 나라 관계의 개선에 힘쓰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에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는 이번 포럼에 참가했고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여러 얘기를 한 것이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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