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기자
메가박스가 26일부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올린다. 씨지브이, 롯데시네마 등 다른 복합상영관 체인들도 기다렸다는 듯 관람료 인상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관람료 인상은 곧 극장가 전체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메가박스 쪽은 상영관 유지비 증가, 디지털 영사기를 비롯한 새 장비 도입 따위를 인상 요인으로 꼽는다. 관람료 인상은 2001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동안 소비자 물가지수는 2001년 88.3에서 지난해 109.7로 21.4%가 올랐으니, 극장들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관람료 인상의 필요성은 영화계 전반에서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물가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수익률은 -30% 안팎이다. 2007년에는 -40% 선까지 주저앉았다. 제작비는 올라가는데 관객은 줄고 디브이디 같은 부가 시장마저 무너졌기 때문이다. 반면 극장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내왔다. 관람료를 올리는 대신 두 명에 7000~8000원은 줘야 하는 팝콘·콜라 판매와 영화 시작 전 트는 광고로 수익을 보전해왔다.
영화계 용어로 ‘부율’이란 게 있다. 관람료를 제작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이다. 한국 영화의 경우 절반을 제작사·투자사·배급사가 나눠 갖고 나머지 절반을 극장이 가져간다. 할리우드의 경우 처음엔 제작사가 80%, 극장이 20%를 가져가고, 상영 기간에 따라 점차 극장 몫을 늘려간다. 한국 영화 부율은 지나치게 극장 위주인 셈이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바꿀 수 없었기에 영화인들은 차라리 관람료를 올려서라도 제작사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온 것이다.
이제 관람료 인상 덕분에 극장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겠지만, 제작사는 여전히 허덕댈 것이다. 극장 쪽이 이번 기회에 부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관람료 인상분이 제작사에 더 많이 돌아가게 하는 건 어떨까? 관객들이 내는 돈이 좋은 한국 영화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된다면, 관람료가 올라도 덜 억울하지 않을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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