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모든사람이 노력해야 이뤄져”
“동북아시아의 평화 공존을 위해서는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아시아의 평화가 곧 우리 자신의 평화’라는 생각을 갖고 노력해야 합니다. 문학가들이 평화의 문제를 다루면, 일반인들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입니다.”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중국 소설가 모옌(55)이 2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내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옌은 ‘평화를 위한 글쓰기’라는 주제로 24일 개막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고, 26일 ‘동아시아 지역의 공동문화의 과거와 미래’ 부문 토론의 발제자로 나설 예정이다.
모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북아 평화와 작가의 역할, 그리고 문화교류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먼저 최근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료들의 생각과 행동은 그 나라의 이념이나 향방과 관련이 있다”며 ”중국과 한국을 침략한 적이 있는 일본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정부 고위관료들이 신사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못박았다. 그리고 고구려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켜 한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고구려는 한국사’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느낌에 고구려 문화는 한국 문화가 분명한 것 같다”며 “최근 중국의 일반인들은 고구려사 문제에 별 관심이 없지만, 만일 이 문제가 큰 문제로 번지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로 기록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모옌은 “평화는 모든 사람들이 희망하고 노력해야 이뤄지는 것이고, 작가들이 평화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쓴다면 의미있을 것”이라고 작가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천안문 사태 문제를 작품 전면에 내세운 중국시인 베이다오에 비해 사회·정치적인 문제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다만 소설은 창작되는 것이고 이야기성이라는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작가들이 작품 표면에서 평화의 문제를 완벽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옌은 끝으로 “내가 읽은 한국의 단편소설들은 대도시 삶의 권태와 문제점을 중국 당대문학보다 훨씬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었다”며 “한국의 다른 홀륭한 문학 작품들도 중국에 활발하게 소개됐으면 좋겠고, 문화교류도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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