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평론가 김화영씨와 시인 고은씨(왼쪽부터) 등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국내외 문인들이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회담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국제문학포럼 작가 50여명, 핵위협 명시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등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가 작가들은 27일 한반도 분단의 상징적 현장인 판문점을 방문하고 ‘서울평화선언’을 발표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이 주최한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작가들은 ‘서울평화선언’에서 “전쟁에 호소하는 것은 이성의 실패이자 무능력의 인정”이라며 “국가 간의 분쟁이 평화로운 국제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결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작가들은 △국제정치 도구로서의 전쟁 종식 △핵 확산 금지와 전 지구적 무장해제를 위한 노력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더 많은 지원 △모든 지각 있는 존재들을 위한 환경의 보호와 보전 등 7개 항을 제안했다. 선언은 특히 “반세기 이상 분단되어 있고 아직도 핵무기의 위협 아래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적시하고 “분단을 초래한 문제점들과 그로 인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긴장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책이 곧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선언에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해외 작가 19명 가운데 17명, 국내 작가 62명 가운데 61명 등 모두 78명이 서명했다. 이에 앞서 오에 겐자부로, 은구기 와 시옹오, 루이스 세풀베다, 게리 스나이더, 베이다오, 모옌 등 해외 작가들과 고은, 유종호, 백낙청, 현기영, 황석영, 김화영, 오정희, 김연수씨 등을 비롯한 50여명의 국내외 문인들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회담장, ‘돌아오지 않는 다리’,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표지석 등을 둘러보았다. 오에 겐자부로는 판문점 견학 뒤 “아주 무겁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우리가 이번에 채택한 서울평화선언 속에서 한반도에 대한 핵 위협을 명시한 것은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1989년과 90년 두 차례에 걸쳐 북쪽에서 판문점을 방문했지만 남쪽에서 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힌 소설가 황석영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심정”이라며 “다만 경비병들의 포즈를 보니 남쪽이 더 삼엄하고 경직돼 있어 당사자들도 힘들어 보이고 외국인들 보기에도 민망하더라”는 소감을 말했다. 판문점/글· 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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