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마이클 잭슨 지상의 마지막 공연
리허설 장면 다큐영화로…‘디스 이즈 잇’ 전세계 동시개봉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내가 여기 당신과 함께 있어요. 비록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당신은 항상 내 가슴속에 있어요.”
28일 오전 서울 왕십리 씨지브이(CGV) 극장 들머리. 지난 6월 숨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곡 ‘유어 낫 얼론’의 노랫말을 담은 글들이 쌓여 있다. 주변엔 편지며 꽃다발이 수북하다. 이날 전세계 동시개봉한 영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감독 케니 올테가)에 바친 팬들의 선물이다.
<디스 이즈 잇>은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 영상을 토대로 만든 다큐멘터리다. 마이클 잭슨은 지난 7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50일 간의 세계 순회공연을 계획했으나, 6월25일 갑작스럽게 숨졌다. 제작진은 그가 소장하려던 리허설 영상을 편집해 그를 무대로 불러냈다. 그가 생전에 이루지 못한 ‘10년 만의 컴백 공연’이 스크린을 통해 펼쳐진 것이다. 영화는 단 2주일 동안만 상영된다.
영화에선 ‘빌리 진’‘비트 잇’‘스릴러’ 등 생전의 히트곡을 열창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일 비 데어’ 등 어릴 적 활동했던 밴드 잭슨 파이브 시절 히트곡과 신곡 ‘디스 이즈 잇’도 들을 수 있다. 리허설 장면이긴 하지만 실제 공연 못잖은 생동감과 열정이 넘친다.
상상을 뛰어넘는 무대장치도 압권이다. 흑백 갱스터 영화 속으로 들어간 ‘스무스 크리미널’이나 3디(D) 입체영상으로 재탄생한 ‘스릴러’ 장면은 리허설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만든다.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어스 송’을 부를 땐 무대 위로 거대한 불도저가 등장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팝의 황제’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마이클 잭슨의 인간적인 면모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스태프들을 다그치며 “잔소리가 아냐. 잘해보자는 거야”라거나 “화내는 게 아냐. 위드 엘오브이이(LOVE)”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장인 정신과 배려심이 함께 느껴진다. “이어폰 소리가 너무 커서 주먹을 귀에 쑤셔넣는 것 같다”거나, 연주자에게 “달빛에 몸이 젖듯이 천천히 들어오라”는 등 재치있는 표현도 곧잘 한다. 노래를 더 불러보라고 부추기는 백댄서들에게 “목을 아껴야지. 이건 리허설이잖아”라며 빼거나, 노래를 살살 부르다 눈치를 살짝 보며 “목을 보호하려고 살살 부르는 거야”라고 말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그의 유작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첫 상영회에는 패리스 힐튼, 제니퍼 러브 휴이트, 제니퍼 로페즈 등 할리우드 스타와 가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저녁 열린 국내 브이아이피(VIP) 시사회에도 휘성, 브라이언, 에픽하이, 애프터스쿨, 박기영 등 유명 가수와 류승완 감독, 디자이너 앙드레김 등이 자리를 잡았다.
마이클 잭슨의 팬들도 극장을 찾았다. 회원수 4만명인 마이클 잭슨 팬클럽 회장 연정아(36)씨는 영화를 본 뒤 “저토록 멋지고 쌩쌩하게 리허설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떠났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우면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31일 단체로 영화관을 찾을 계획이다.
마이클 잭슨은 영화 속에서 노래한다. “내 이름을 불러봐. 내가 거기 있을 거야.” 하늘에서 팬들의 부름에 보내는 대답인 듯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마이클 잭슨은 영화 속에서 노래한다. “내 이름을 불러봐. 내가 거기 있을 거야.” 하늘에서 팬들의 부름에 보내는 대답인 듯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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