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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문학, ‘퇴행하는 현실’에 다시 눈 뜨다

등록 2009-11-19 18:47수정 2009-11-19 19:44

젊은 문인 189명이 지난 6월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것은 사람의 말-6·9 작가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젊은 문인 189명이 지난 6월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것은 사람의 말-6·9 작가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문인들 용산참사 1인 시위…“이제 법과도 싸워야”
189명 ‘작가 선언’ 이어 문학의 정치성 논의 ‘활활’
“한국 문학의 내부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자연과 일체화된 서정의 우주를 구가하던 서정시인이 사회의 분열상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사물과 언어 사이의 부조리 탐구에 몰두하던 모더니스트가 정치체 속에서의 언어의 이데올로기를 따져 묻기 시작했으며, 비평은 문학과 정치라는 해묵은, 그러나 잊혀졌던 주제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평론가 함돈균씨가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기고한 ‘잉여와 초과로 도래하는 시들’이라는 글의 한 부분이다. 그의 말대로 지금 한국 문학은 문학의 정치성을 둘러싼 고민과 토론으로 고요히 끓어오르고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중 생존권이 위협받으며 민족 화해에 금이 가는 등 사회의 거의 전 부문에서 나타나는 퇴행과 타락의 조짐 앞에 문학인들이라고 느긋한 방관자의 자리에 머물 수가 없는 것이다. 지난 6월9일 장르와 경향을 두루 망라한 젊은 문인 189명이 모여 ‘이것은 사람의 말-6·9 작가선언’을 발표한 것은 상징적이었다. 문학의 정치성에 대한 고민이 더 이상 특정 단체나 소수 ‘참여적’ 문인들만의 일이 아니게끔 상황이 위급해졌음을 그 일은 보여주었다.

6·9 선언 발표와 용산 참사 현장에서의 릴레이 1인 시위라는 현실 속의 실천은 그에 걸맞은 작품의 생산, 그리고 문학과 정치의 상관성을 둘러싼 비평적·이론적 논의로 이어졌다. 자크 랑시에르와 샹탈 무페 같은 외국의 이론가들이 그 과정에서 자주 거론되었다. 새로 나온 <창작과비평> 겨울호의 특집 ‘우리 시대 문학/담론이 묻는 것’과 <문학수첩> 겨울호 특집 ‘‘문학과 정치’에서 ‘문학의 정치’까지는 그런 실천과 논의의 중간점검에 해당하는 셈이다.


문학, ‘퇴행하는 현실’에 다시 눈 뜨다
문학, ‘퇴행하는 현실’에 다시 눈 뜨다
“조간(朝刊)은 부음(訃音) 같다/ 사람이 자꾸 죽는다//(…)//계획적(計劃的)으로/ 즉흥적(卽興的)으로/ 합법적(合法的)으로/ 사람이 죽어간다// 전투적(戰鬪的)으로/ 착란적(錯亂的)으로/ 궁극적(窮極的)으로, 사람이 죽어간다// 아, 결사적(決死的)으로/ 총체적(總體的)으로/ 죽은 것들이, 죽지 않는다// 죽은 자는 여전히 실종(失踪) 중이고/ 농성(籠城) 중이고/ 투신(投身) 중이다// 유령(幽靈)이 떠다니는 현관(玄關)들,/ 朝刊은 訃音 같다”

<창작과비평>에 실린 함돈균씨의 글은 이영광의 시 <유령 3>을 통해 논의를 이어간다. 그에 따르면 “‘부음’이 된 조간은 삶의 공동체가 어느새 거대한 무덤이 되어버린 우리 시대의 총체적인 ‘표지’”이며, “산 자들의 정치공동체에서 피소되고 폭행당하고 죽음에 내몰리고 애도받지 못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은 자들은 그들과 접속한 시적 무의식을 통해 죽은 자들의 법정, 시의 법정에 원고의 자리로 회귀한다.” <문학수첩> 특집에 실은 ‘수용소에서의 글쓰기’에서 평론가 고봉준씨가 “‘법’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국가의 폭력은 합법화된다”고 쓴 것, 그리고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최근호에서 비평가 신형철씨가 용산 참사 관련 재판 결과를 두고 “이제 문학은 법과도 싸워야 한다”고 밝힌 것 역시 함씨의 말과 같은 맥락에 놓인 발언일 것이다.

<창작과비평> 특집에 기고한 ‘현대시와 근대성, 그리고 대중의 삶’에서 원로 비평가 백낙청씨는 진은영·강계숙·이장욱씨 등 젊은 평론가들의 최근 논의를 검토하면서 문학의 정치성에 관한 논의가 미학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대중의 삶과 소통하는 ‘대승’의 길을 모색할 것을 조언했다. 백지연씨는 <창작과비평> 특집에서 공선옥·전성태 소설에 등장하는 타자적 경험과 월경(越境)의 서사를 분석했으며, 이경재씨는 <문학수첩> 특집에서 정도상·강영숙 소설과 네이션의 관계를 따져 물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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