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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블로그] 음악에는 연령 제한이 필요없을까?

등록 2010-01-20 15:56

우리가 영화를 보면, 오른 쪽 위에 나이 제한 표시가 나온다. 영화뿐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즐겨하는 게임을 보면 엄연히 연령제한이 있다. 물론 그 연령 제한이라는게, 15세 이하면 치고 받는 게임이라도 피가 안나오고, 그 이상이면 적나라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지만, 물론 요즘처럼 인터넷이 무한대로 사용가능한 세상에서 청소년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까짓 19세의 관람가 영화나, 15세 불가의 게임을 못할 게 없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그 규칙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찻길에 가드레일처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러한 제재가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건 바로 음악 시장이다. 더구나 요즘은 아이돌이 음악 산업의 대세이다 보니, 공중파건, 케이블이건, 음악 프로는 몽땅 아이돌 천지이니, 어찌보면 그들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나이 제한이니 어쩌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민가 싶기도 하다.

최근 이효리를 능가하는 차세대 섹시 가수라는 기사를 내걸고 나온 가수가 포미닛의 현아이다. 그녀의 change 라는 노래는 이제 고민하지 말고 모든 걸 change 하자는 내용이다. 요즘 모든 댄스 음악이 그렇듯 몇 줄 되지 않는 가사와 그 보다 더 많은 단절음과 단어들의 반복으로 이루어 진다. 그리고 change라는 음악에 걸맞게, 포미닛이란 댄스 그룹에서 솔로로 나온 현아는 허리를 드러낸 옷을 입고 돌리며 섹시하게 춤을 춘다.

그런데 문제는 이 현아라는 친구가,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정도의 나이라는 것이다. 요즘처럼 아이돌 전성 시대에 브라운 관을 차지하는 것이 대부분 아이돌이고,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신과도 같은 성공을 거두었다. 혹여 누군가 그들에게 태클이라도 걸게 되면 몰매 정도는 예사일 정도로.

그러하기에,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비젼도 없는 공부를 때려치고 음악의 길로 나서는 것이 하나도 무모하지 않아보이는, 잘만하면 로또같은 행운을 맞이할 수도 있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또 그러하기에,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학업을 미루고 연습실에서 그들의 금쪽같은 청소년기를 혹독한 연습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다수의 학생들이 어릴 적부터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며 미래의 보장된 삶을 꿈꿀 때, 그들의 맞은 편에서는 그들 못지 않게 황홀한 미래를 꿈꾸며 연습실 바닥의 먼지를 마시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학력 위주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짖눌려 어린 시절을 공부에 헌납하는 아이들이나, 화려한 무대와 인기의 로망에 기대 청소년기를 혹사하는 아이들이나, 모두 이 시대 아이들의 슬픈 자화상의 일부분 일 수도 있겠다.

본인들은 그럴 것이다. 꿈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아의 섹시 댄스에서 보여 지듯이, 이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그 아이는 어른들이 만들어준 음악을 노래하고, 어른들이 만드어준 안무를 숙련하여, 어른들이 만들어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동방신기처럼 스스로 자각하여 뛰쳐나오겠다 할 때까지는 그 또 다른 뺑뺑이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우상에 불과했던 아이돌은 이제 동년배의 틴에이저 스타를 넘어, 삼촌, 아저씨, 누나, 아줌마들의 우상으로 소모되고 있다. 요즘 소송을 하네마네 시끄러운 소녀시대 만화 해프닝은, 그 만화를 그린 사람이 개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 아이돌들을 어떻게 성인들이 소비하고 있는 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인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돌이라고 순수하고 어리기만 한 그래서 꿈만을 먹고사는 아이들인양 말하지만, 사실 그들은, 저 산업 시대 일찌기 산업 현장으로 내몰린 소년 노동자나, 축구공이나 카페트를 고사리 손으로 만드는 제 3세계 아동 노동자들이랑 다를 바 없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들의 꿈이었다고? 지나간 1세대 아이돌 중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꿈이었던 음악을 하고 있는 가를 되돌아보면, 그것이 순수한 꿈의 발현이라고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그 어느 사회보다도 소모적인 발전 사이클을 돌고 있다고 말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발전 동력의 나사보다도 못한 소모품으로 취급받고, 마찬가지로, 아이돌그룹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이 혹시라도 해체될까 두려워 하지만, 그리고 그 그룹이 없다면 그 소속사는 망할 꺼라고 장담하지만, 소용가치가 다하면 버리면 그뿐, 구름떼 처럼 모여드는 아이들을 데리고 또 연습시켜 뚝딱 신선한 아이돌 그룹하나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울며불며 하던 팬들도 더 샤방샤방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 속에서 꿈을 먹는 청소년들은 보호되지 않고 소비되고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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