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내정 의혹도…반발 확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최근 2차 공모를 받아 심사한 독립영화전용관(이하 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이하 센터:시민 영상 창작, 독립영화 등의 교육·지원 기관) 사업의 새 운영자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와 시민영상문화기구를 각각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까지 이 두 시설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영진위 위탁을 받아 인디스페이스와 미디액트라는 이름으로 각각 운영해왔다.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는 지난해 11월13일 출범했으며, 이사장은 영화감독 최공재씨다. 올해 초까지 이사장을 지낸 이석기 감독은 정인엽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의 대표작 <애마부인>의 촬영감독 출신이다. 시민영상문화기구는 지난 1월6일 설립했으며, 문화계의 대표적인 보수 단체인 문화미래포럼의 사무국장인 김종국 홍익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가 주도하고 있다. 이사장은 장원재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다.
독립영화인과 미디어 활동가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용관과 센터 운영은 애초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영진위에 제안해 시작한 사업이며, 운영 실적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가타부타 말도 없이 무조건 바꾸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인은 “전문성 없는 친정부 단체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은 “최공재씨는 올해 초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뜻을 같이해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사전 내정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선정 단체들의 사업계획서 공개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27일 서울 홍릉 영진위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8년 동안 영상미디어센터를 잘 운영해온 미디액트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체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시민영상문화기구는 미디어센터와 연관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더욱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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