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설명) 남과 북의 서로 다른 문화를 융합해 대안 사회의 자양분을 찾으려는 게 <문화/과학>의 시도다. 사진 왼쪽은 연세대 재즈댄스 동아리 학생들의 공연 모습, 오른쪽은 평양의 젊은이들이 함께 춤을 추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계간 ‘문화/과학’ 여름호 남북 분단 뒤 처음으로
두 체제와 사람이 만난 개성특구 통해
남한식 자본주의 아닌, 북한식 사회주의도 아닌,
통일 뒤 대한사회의 모습
“문화적 실험하자” 제안 “개성을 ‘해방구’로 만들자.” 계간 <문화/과학> 여름호의 제안이다. 도발적인 이 제안에는 5주년을 맞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새로운 지평으로 옮겨보려는 야심이 담겨 있다. 여름호 특집글의 제목이 ‘문화사회로 나아가는 통일을 상상하자’이다. 편집위원회 전체 이름으로 글을 실은 것부터 이례적이다. 심광현 편집위원은 “지난 92년 <문화/과학> 창간 이후 민족·통일·한반도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통일 구상은 “남과 북의 차이가 겹치고 꼬이는 지점을 만들어 ‘차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 핵심 공간이 개성 특구다. 개성 특구는 역사상 최초로 남과 북의 체제와 인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문화/과학> 편집진은 여기서 남한식 자본주의와 북한식 사회주의를 넘어설 ‘대안사회’의 단초를 발견했다. 이들이 보기에 남과 북은 지금까지 “경제적 영역 또는 국가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개성 특구를 다뤘다. 그 결과 “개성특구는 남한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착취의 북한지부”가 됐다. 이는 통일 이후 한반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로 재편될 것을 예고하는 징후다.
민족문제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신좌파’인 <문화/과학> 편집진이 이런 제안을 내놓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들은 “개성을 2천만평의 거대한 공장지대가 아니라 남과 북이 어우러져 남과 북 어디에도 없는 문화-경제 공동체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는 “남한의 생산력과 북한의 생태를 절합한 새로운 발전모델의 실험 공간”이자 “노동·임금·제품 중심의 노동사회가 아니라 노동·놀이, 경제·생태가 어우러진 생태적 문화 사회”이기도 하다. 심광현 편집위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개성 특구의 미래를 이렇게 묘사했다. “지금은 허허벌판에 공장과 숙소만 있잖아요.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문화적인 도시 시설을 골고루 갖추고, 주 5일 근무제와 같은 친노동 시스템을 도입하며, 그 안에서 남과 북의 기업가, 노동자가 공동으로 놀이와 축제 등을 통한 문화적 실험을 해나가는 공간으로 재구성하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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