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에 ‘한·일 공동소설’ <먼 하늘 가까운 바다>를 연재하고 있는 공지영씨(왼쪽)와 쓰지 히토나리가 지난 10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옥상정원에서 연재소설에 관해 정담을 나누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공지영씨와 함께 <한겨레>에 소설 <먼 하늘 가까운 바다>를 연재 중인 일본 작가 쓰지 히토나리가 지난 10일 방한했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행진 610’ 달리기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공지영씨와 쓰지는 이 대회의 주빈 격인 ‘6월의 꽃’으로 선정되어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7천여 참가자들과 함께 달렸다. 3년째 살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날아 온 쓰지는 도착 당일인 10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공지영씨와 만나 연재 중인 소설 <먼 하늘 가까운 바다>의 진행 상황 등에 관해 대담을 나누었다. 두 사람은 연재 지면의 편집과 디자인 등에 관한 얘기로 대담을 시작했다. “앞으론 젊게 이야기 구성” 쓰지=처음 연재가 결정됐을 때, 파리에서 단골 한국음식점에 갔더니 ‘원고료나 제대로 나오겠느냐’는 반응이어서 조금 걱정을 했다.(웃음) 그런데 막상 신문이 나온 걸 보니 너무 세련되고 화려한 편집이어서 깜짝 놀랐다. 일본에서도 연재소설을 이렇게 편집하지는 못한다. 한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소설 연재 지면말고 다른 지면도 디자인이 훌륭하더라. ‘시민이 만든 신문’이라고 해서 가난하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와 보니 자체 건물도 있고, 무엇보다 신문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워 보여 흡족하다. 공=한국에서도 연재소설에 컬러 지면을 할애하는 경우는 드물다. 시원하고 세련된 편집이 일품이고, 특히 이보름씨의 삽화도 소설의 맛을 한결 살려 주는 것 같다. 나로서는 ‘역시 <한겨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지=처음 구상했을 때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연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즐겁게 하고 있다. 연재에 들어가기 전에 독도 문제니 교과서 문제니 하는 게 있어서, ‘한·일 우호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연재에 불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아닌가 했는데,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한·일 두 나라 사이의 그런 문제를 의식해서 작품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기존 연재분을 지금 다시 읽어 보니, 주인공들이 소설 속 설정처럼 서른 살짜리가 아니라, 공지영씨와 내 또래인 것처럼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 든다. 앞으로는 세대를 낮춰서,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로 가야 할 것 같다. 공=나도 그런 느낌이 든다. 아직 신문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써 둔 다음 회분에서부터 그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미 연재된 부분은 정말로 쓰지 쪽에서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서 내가 거꾸로 힘을 빼는 쪽으로 신경을 썼다. 또 하나, 공동 연재를 하다 보니 상대방이 한 얘기를 내가 또 한다는 식의 부담이 있더라. 단행본을 낼 때는 각자의 완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쓰지=이전에 소설을 쓰면서 이번 작품만큼 힘을 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한국에 대해 내가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는 걱정도 비판도 없지 않지만, 그만큼 이번 작업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한-일관계 탓 처음엔 걱정” 공=나는 이번 작업이 너무 재미있다. 처음에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정할 때, 시간이 없기도 해서 작가 두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사실 소설에 들어가기 전에는 지난 1월에 만나서 며칠 본 게 전부였는데, 쓰지가 보내 온 원고를 보고서는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많다. 어떻게 나를 저렇게 잘 파악했나 싶어서다. 쓰지=나도 그런 점 많이 느낀다. 아마도 우리가 만난 게 ‘기적’이 아닌가 싶다.(웃음) 우리는 지금 국경과 언어의 벽을 뛰어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사이가 틀어져 있는 힘든 시기에 쓰는 것이어서 더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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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그건 당연하다. 연재 시작 전에는 독도 문제 등 때문에 사실 걱정했는데, 주변의 반응을 보니 안심이 되더라. 독자들은 그런 사회·역사적 문제보다는 두 주인공 홍이와 준고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쓰지=우리가 한·일 두 나라의 역사와 정치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쓴다면 의미가 없을지로 모른다. 그 모든 걸 두 젊은이의 사랑 속에 녹이는 게 좋다고 본다. 공=그래서 소설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쓰지는 연재와 관련해서 너무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오늘도 만나자 마자 수첩부터 꺼내 들고 소설에 관해 협의하려 들어서 너무 놀랐다. 쓰지=그 때문에 우리가 서로 밸런스가 맞고, 연재도 잘 진행되는 게 아니겠는가. 만일 내가 공지영씨처럼 느긋했다면 연재는 벌써 파탄 났을지도 모른다. 내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공=감사합니다.(웃음) 쓰지=일본 독자들 처지에서는 아직 작품을 실제로 읽지는 못하고 뉴스 등을 통해서만 연재 사실을 접하고 있다. 연재가 마무리되고 단행본으로 출간되면,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다. 공=이번 연재 때문에 그동안 한국어로 번역된 쓰지의 소설을 다 읽어 보았다. 이번에 새로 낸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도 잘 읽었다. 소감은, 이 사람과 내가 비슷한 게 참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 쓰지=내 소설은 연애소설이 반이고, 그렇지 않은, 심각한 것이 다른 반이다. 한국에 나온 건 연애소설뿐이다. 반대로 유럽 쪽에는 다른 반이 주로 소개되어서, 한국과 유럽에서 나에 대한 이미지는 서로 다르다. 한국에서도 내 나머지 반이 읽혔으면 한다. 이번 연재소설이 비록 연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소개된 것과는 다른 차원의 연애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가로서 나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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