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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칸에 간 김기덕 ‘독설의 아리랑’ 영화계 흔들다

등록 2011-05-15 21:39

김기덕 감독이 13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주상영관인 드뷔스 극장 앞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 <아리랑> 시사회에 앞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리랑에서 연출·각본·연기까지 다역을 해낸 김 감독은 이 영화를 자신의 자화상과 같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이 13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주상영관인 드뷔스 극장 앞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 <아리랑> 시사회에 앞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리랑에서 연출·각본·연기까지 다역을 해낸 김 감독은 이 영화를 자신의 자화상과 같다고 밝혔다.
“자본주의 유혹에 빠졌다” 후배감독 실명 비판
잔혹한 영상 낳는 영화계와 관료에 쓴소리도
일부선 본질 오도 경계…국내 개봉일정 안잡혀
자전적 영화 첫 공개 파장

김기덕 감독이 제64회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한 영화 <아리랑>이 국내 영화계에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자기성찰적 영화라고 김 감독이 설명했음에도, 거대 자본과 손잡은 후배 감독을 실명으로 비판하고, 폭력영화 양산 풍토 등 한국 영화 현실과 행정관료에 대한 가감없는 쓴소리가 담긴 탓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으로 상영된 <아리랑>에 직접 출연한 김 감독은 자신의 조감독이었다가 곁을 떠난 장훈 감독을 거론하며 “나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을 했다. 자본주의 유혹에 빠졌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장훈 감독이 <영화는 영화다>(2008년 9월)가 끝나고 나랑 2편을 더 한다고 했는데, 영화 <풍산개>를 같이 준비하다 떠났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김 감독이 각본을 쓴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장편 데뷔한 뒤, 송강호와 강동원이 주연한 <의형제>(2010년)로 관객 546만명을 동원했고, 올여름 고수와 신하균이 출연하는 <고지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악역을 선호하는 배우들에 대해서도 “악역을 잘한다는 것은 내면이 그만큼 악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최근 국내 영화들에 관해선 “도끼로 때려 죽이고 망치로 때려 죽이는 영화가 수없이 많다”고 과도한 폭력성을 비판했다. 또 김 감독은 “(2004년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을 탔더니 훈장(보관문화훈장)도 줬다. 실제 영화를 보면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영화를 보고서나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문화 행정’도 겨냥했다.

김 감독이 부정적으로 거론한 당사자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장훈 감독은 심경이 복잡한 듯 15일 언론 등 외부와의 전화 접촉도 피했다. 장 감독의 <의형제>와 <고지전>의 투자·배급을 맡은 쇼박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김기덕 감독이 장 감독을 이해한다며 공개편지를 썼는데, 왜 다시 그러셨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번 논란으로) 장 감독의 <고지전>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 감독에게 훈장을 줬던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관계자는 “정부는 (영화제 수상 등 기준에 따라) 훈장을 주는 것이다. 영화가 한국의 어두운 면을 다뤘다고 해도 예술가의 창작영역은 자유롭게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명 비판 등의 ‘지엽적 논란’이 이번 영화를 이해하는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여년간 김 감독의 작품을 제작해온 이승재 엘제이(LJ)필름 대표는 “김 감독은 일반적인 교육과정과 사회진출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으로서, 주류의 사람들이 ‘뭐, 그런 것까지 얘기하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넘어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치관과 관점이 다른 사람”이라며 “이 영화는 ‘당신들이 아웃사이더, 비주류의 삶을 아느냐’고 묻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필름’의 전윤찬 프로듀서는 “이 영화는 김 감독이 지난 13년간 영화를 했던 시간을 돌아보면서 이제 다시 영화를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랑>의 국내 개봉 계획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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