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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명성 보다 아이 눈 높이 따져 작품 고르길

등록 2005-07-06 18:46수정 2005-07-06 18:46

어린이 공연 관람 이렇게

공연 예절 알려주고 질문엔 나직하게 답변
많이 보는 것보다 많이 이야기하는게 중요

로열발레단의 <마농>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려진 지난 2일 저녁. 객석 한 쪽에서 공연 시작 10분도 안돼 벌어진 아이와 엄마의 기싸움이 5분마다 되풀이된다. “엄마, 언제 끝나?” “왜 저런 걸 머리에 썼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엄마, 오줌 마려워” 등에 엄마는 연방 “조용히 해”만 속삭였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다. 방학을 앞두고 어린이 공연물이 쏟아지는데 슬슬 꽁무니를 빼기 시작하는 엄마, 아빠들이 적지 않다. 극장에 아이를 무턱대고 데리고 갔다가 앞서 혼쭐이 난 탓일까.

다섯 문답을 익혀 활용하면 아이에겐 작품 하나가 방학중 학원수업보다 득이 된다.

엄마, 우리 뭘 볼거야?= 아이에게 “넌?”이라고 되물어 본다. 부모가 먼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줄거리보단 작품의 특성, 연출 의도 따위를 파악한 몇 작품을 두고 아이와 함께 고르는 것부터가 관람의 시작이다. 작품의 명성보다 눈높이를 잘 따져야 한다. 6~7살이 넘어서며 딱히 취향이 정해지기 전까진 음악, 그림, 춤 등 다양한 양식이 녹아있는 작품이 좋다. 어린이공연 전문단체인 극단 사다리의 김보경 기획팀장은 “아이들은 소품, 영상, 무대장치 등을 배우처럼 하나의 살아있는 주체로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내용 이해보다는 감각과 창조력을 활성화시키는 데 무게를 두라”는 주문이다.

저건 뭐야, 그럼 저건?= 끝도 없는 질문에 주위 눈치도 보인다. 답도 없는 제 머리를 쥐어박고 싶다. 그러다 결국 아이에게 ‘버럭’! 김우옥 대표(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는 “먼저 묻기보다 먼저 상상하도록 유도하라”라고 강조한다. 한편으로 아이들은 궁금한 대목이 풀리지 않으면 다음으로 잘 넘어가지도 않는다. 이런 양가성 때문에 대처하기가 더 어렵다. 공연 전에 미리 약속을 해두면 좋다. 공연 중에라도 질문엔 우선 ‘나직하게’ 답해준 뒤 공연 예절과 함께 끝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한꺼번에 이야기하면 재미있을 거라고 말해본다. 한편 작품에 대해 미리 다 잘근잘근 말해버리는 엄마, 아빠는 ‘빵점’이다.

언제 끝나는데?= 어린이 공연은 소란에 관대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면 데리고 나가는 게 낫다. 덮어두고 ‘쉬쉬’하면 뒤에 표현력도 영영 ‘쉬쉬’다. 유홍영 예술감독(극단 사다리)은 “산만해도 작품을 다 보는 아이들이 많다”고 전한다. 작품과 교류 중인 것이다. 다만 부모로서 아이들의 행위가 대체적으로 조건반사적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유 감독은 “폭력적 장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아이의 주변에 닮은 환경이 있다는 걸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 아이의 심리상태를 살피는 중요한 계기다. 공연예절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는 건 기본이다.


재미있냐고요?= 공연 뒤 대뜸 아이에게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네”하면 이야기는 끝이다. 어린이공연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관람 뒤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는 “주인공, 행위, 느낌 따위를 구체적으로 꼽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적어도 30분을 권장한다. 그러려면 부모가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 “많이 보는 것보다 많이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유 감독은 “주제, 교훈보다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발견하도록 얘기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우린 왜 여기야?= 아이를 맡기며 안내 쪽에 특별히 부탁한다는 부모들이 많다. 같이 볼 경우, 애면글면 가장 좋은 자리에만 앉으려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대개 지정석이 없는 어린이 극장에선 부러 불편한 자리에 앉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다음엔 좋은 자리에 앉기도 한다. 무대 공연은 반드시 보여주려고 하는 것만 보이는 게 아니라서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작품을 더 넓게, 깊이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관람이 삶을 체험하는 현장이 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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