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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e시대의 절대문학 시리즈’ 돈키호테·신곡·서유기 3권출간

등록 2005-07-08 17:19수정 2005-07-08 17:19

맛갈스럽게 포장한 ‘고전’

고전문학자 고미숙씨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2003, 그린비)은 ‘고전 다시 쓰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두껍고 난해해서 접근하기 어려운 고전을 지금의 독자들이 읽기 쉽게 요약·정리하고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가독성을 높인다는 것이 ‘고전 다시 쓰기’의 취지라 할 수 있다. 살림출판사가 새롭게 내놓은 시리즈 ‘e시대의 절대문학’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고전 다시 쓰기’의 최근 주자라 할 만하다.

세 권이 먼저 나왔다. <돈키호테, 비극적 운명을 짊어진 희극적 영웅>(권미선) <신곡, 저승에서 이승을 바라보다>(김운찬) <서유기, 고대 중국인의 사이버스페이스>(나선희). 해당 분야의 소장 연구자들이 필자로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사륙양장판으로 각기 200~230여쪽에 이르는 분량에 작가·작품에 대한 배경 설명, 리라이팅(다시 쓰기), 자료·관련서·연보의 3부로 구성해 시리즈의 통일성을 기했다. 같은 리라이팅이라 해도 <돈키호테…>가 그야말로 원본의 축약과 발췌 형식을 띠고 있는 반면, <서유기…>는 필자 나름으로 원작을 해체·재구성해 서술하는 식으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돈키호테…>에 대해 권미선씨는 “읽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다의적인 작품”이라는 점을 질긴 생명력의 근거로 꼽았다. 주인공 돈키호테를 두고도 한쪽에서는 희극적인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로 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비극적 진실의 구현자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돈키호테와 그의 시종 산초 판사는 “끊임없이 충돌하며 긴장과 유머를 자아”내지만, “세계관에 있어서는 대립되는 (두 사람이) 끝까지 신의와 우정을 지켜내는 인간적인 관계”가 이 소설의 대중적 호소력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무엇보다 근대 소설의 시초로 꼽히는 이 작품이 보르헤스를 비롯한 20세기 현대 작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는 사실이야말로 <돈키호테>의 위대성을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 하겠다.

<신곡…>의 지은이 김운찬씨는 “<신곡>은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라 말한다. “일단 한 차례 끝까지 읽은 뒤에 다시 읽는 방법”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건너뛰면서 읽을 수 있고,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있기 때문이란다. <신곡>은 단테 자신이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자신의 정신적 연인인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 천국으로 이루어진 저승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저승이라는 거울을 통해 현실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의도한 이 작품 역시 숱한 문인과 화가, 연극·영화인, 무용예술인 등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나선희씨는 <서유기>의 지은이가 명나라 때 사람 오승은이라는 기존 학설에 짙은 회의를 표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읽을수록 ‘구도’는 달아나고 ‘재미’는 따라오는 소설” <서유기>를 제자들, 요마들, 인간들 등으로 등장인물을 분류해서 다시 쓴 제2부가 책의 핵심에 해당한다.

‘e시대의 절대문학’ 시리즈는 <마담 보바리, 현대 문학의 전범> <모비딕, 진실을 말하는 위대한 기예> <조지 오웰, 동물농장·1984년>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인간문제> <주홍글자> <의사 지바고> 등이 ‘다시 쓰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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