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공연하고 있는 꽃다지 멤버들. 왼쪽 두번째부터 홍소영, 정혜윤, 조성일. 맨 왼쪽은 이태수 전 멤버. 사진 꽃다지 제공
제작비 어려움 겪다가 트위터서 ‘십시일반’ 호소…119명이 2천만원 후원
“누나, 음반 만드는 데 보태라고 돈 조금 보냈어요. 죄송해요.”
지난해 6월 민중가요 노래패 꽃다지의 대표 민정연(45)씨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보낸 이는 후원 모임 ‘꽃사람’의 오랜 회원. 통장을 열어본 그는 깜짝 놀랐다. 100만원이 들어와 있었다. 문득 예전 또다른 ‘꽃사람’ 회원이 보내온 문자메시지가 떠올랐다. “음반 만드는 데 얼마 들어요? 100만원 낼게요.”
민 대표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랑질’을 했다. “꽃다지 음반 만들라고 두 분이 100만원씩 내셨네요. 제작비 10%도 안 되는데, 꼴랑 이거 주고 어쩌라는 건지? 참 나쁜 사람들일세.”
누군가가 트위터로 답했다. “트위터로 모금해봐요. 당장 저부터 후원할게요.”
그의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 2001년 싱글 음반 <반격>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새 음반 발매는 엄두도 못냈다. 1999년 3집을 만들 때 제작비를 모금했지만, 500만원이 채 안 됐다. ‘과연 될까?’ 두달여 고민 끝에 결심했다. ‘해보자!’ 후원 계좌를 만들고 누리집에 공지를 띄웠다. 트위터에도 글을 올렸다. 그 뒤 전태일 40주기 기념사업에 매달리는 바람에 모금에는 도통 신경을 못 썼지만, 트위터 글은 90년대 꽃다지의 추억을 새긴 이들 사이에 꾸준히 퍼져나갔다.
지난 1월 모금 마감일을 넘겼다. 민 대표가 아는 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늦게라도 돈 보내고 싶어요.” 통장을 보니 100만원이 들어왔다. 그가 물었다. “실수로 0 하나 더 누른 거 아니니?” “10만원 보내려 했는데, 아내가 ‘우리 꽃다지한테 빚진 거 많잖아. 100만원 보내’ 이러더라고요.” 통장 전체 명세를 보니 119명이 모두 2000만원을 보냈다.
꽃다지는 92년 설립 이후 ‘단결투쟁가’, ‘바위처럼’, ‘전화카드 한장’ 등으로 90년대 민중가요의 새 흐름을 만들어냈던 상징적인 노래패. 하지만 97년 이후 운영을 맡은 민씨는 힘에 부쳐 포기하고 싶을 때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1인당 월 활동비 30만~50만원은 10년째 그대로다. 대학 축제에서 아이돌 가수 부르는 데 천만원 넘게 쓰면서도 이들에겐 10년 전 출연료인 150만원을 줬다. 경제적 사정으로 그만둔 멤버도 많다. 지금 꽃다지에서 노래하는 정윤경(음악감독), 조성일, 정혜윤, 홍소영 가운데는 육아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멤버도 있다.
“누리집의 후원자들 글을 보면, 대부분 첫마디가 ‘미안하다’예요. 대학 시절 꽃다지와 함께 꿈과 희망을 노래하다 졸업하고 기성세대로 편입한 30~40대들이 사느라 바빠서 잊어버린 청춘과 꿈에 대한 미안함이 아닐까요? 사실 우리도 힘들어서 사람들 원망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 일로 계속 노래할 힘을 얻었습니다.”
다음달 4집 음반 <노래의 꿈> 발매에 앞서 꽃다지는 15~16일 서울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노래의 꿈’, ‘주문’ 등 4집 신곡들과 ‘바위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도 들려주겠다고 한다. http://hopesong.com.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다음달 4집 음반 <노래의 꿈> 발매에 앞서 꽃다지는 15~16일 서울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노래의 꿈’, ‘주문’ 등 4집 신곡들과 ‘바위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도 들려주겠다고 한다. http://hopesong.com.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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