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브리그하우스 초등학교 내부의 모습. 나무 천장이 꽤 높다.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키우고 디자인의 묘미도 주고자 천장은 곡선의 미를 살렸다. 유치원은 1층에, 초등학생 교실은 2층에 있다.
밴쿠버 ‘새뮤얼 브리그하우스’를 가다
콘크리트보다 환기·단열 잘돼
습도 유지·학생 심리안정 도움
전문가 “두통 16배 피로 3배↓”
건축비 적절…공공건축 확대
콘크리트보다 환기·단열 잘돼
습도 유지·학생 심리안정 도움
전문가 “두통 16배 피로 3배↓”
건축비 적절…공공건축 확대
건물로 들어서면, 갈색나무들이 포근하게 감싼다. 마치 큰 나뭇배 선실로 들어온 것 같다. 위로 뻗은 나무 기둥과 천장을 빼곡히 뒤덮은 나무들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여기가 학교란 사실을 깜빡 잊게 된다. 병충해로 군데군데 상처가 났지만, 목재 강도에 전혀 이상이 없는 폐목이 건축 부재로 쓰였다는 대목에 이르면, “세계적인 삼림국가 캐나다가 나무를 더 인색하게 아끼는군”이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난 7월 중순 태평양과 마주한 캐나다 밴쿠버의 새뮤얼 브리그하우스 초등학교를 찾았다. 캐나다 목조건축을 지원 홍보하는 공공기관인 캐나다우드협회의 친환경목조건축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이 학교는 현지 교육청의 학교 개조(리모델링) 예산 지원을 받아 지난 4월 새단장한 ‘친환경 목조학교’. 캐나다 학교는 대부분 이런 목조건물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잘 졸지 않아요. 나무가 습도를 유지하는데다, 환기가 잘돼 실내 공기의 질이 좋기 때문이죠. 자연히 학습 집중력도 높아지죠.”
학교를 지은 건축가 줄리 버빌의 말이다. 그의 말은, 일본 환경전문가 후나세 슌스케가 쓴 <콘크리트 주택에서는 9년 일찍 죽는다>(한국목재신문사)란 도발적 제목의 책에서도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
이 책을 보면, 철근이 들어간 콘크리트 학교 학생들이 목조 학교 학생들보다 피곤함이 3배, 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이 7배, 두통이 6배, 복통이 5배가 높았다는 일본 교육심리학자 다카하시 다케시의 조사결과 등이 나와있다. 유행성 독감으로 학교를 잠정 폐쇄하는 비율도 콘크리트 학교가 22.8%로 목조 학교(10%)보다 2배 높다는 것이다. 목조 학교는 나무가 스스로 습도를 빨아들이거나 내뱉으며 조절하는 능력이 있기에 창문 외엔 별다른 공기 통로가 없는 콘크리트보다 쾌적한 실내를 유지할 수 있다. 버빌은 “목재가 주는 따스함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단열효과가 높은 나무 부재 외에도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장치가 여럿 있다. 여름엔 대기보다 시원하고, 겨울엔 대기보다 따뜻한 지열을 냉난방에너지로 쓰는 시스템이 가동중이다. 교실마다 이산화탄소 측정기가 있어서,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파란불이 들어 오면서 환기시스템이 작동한다. 실내에 사람의 움직임이 없거나, 적정량의 빛이 들어오면 전등이 자동으로 꺼지는 센서도 있었다. 버빌은 “학교시설에 대해 느낀 점들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적는 블로그도 운영한다. 어렸을 때부터 에너지효율을 생각하고 몸에 익히게 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달리, 한국은 목조건축이 학교 같은 공공건물로까지 확장되지 않았다. 시도교육청에 노후학교 개조사업 예산이 있지만, 비슷비슷한 콘크리트 사각건물의 학교를 개축하는 데 쓰이는 정도다.
캐나다우드협회 한국사무소의 최재철 팀장은 “한국에서는 목조건축용 목재를 대부분 수입하다 보니 건축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엔 콘크리트 구조비용과 거의 수준이 비슷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목재의 효용성에 대해 (건축을 허가하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무원들의 인식이 적은 탓도 있다”며 “목조건축 비용이 더 드는 경우라도, 건강과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을 주는 목재의 장기적 부가가치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밴쿠버/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밴쿠버/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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