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1장에 “나의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과 속임수, 그리고 끊임없는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도킨스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이기성이 어떻게 이타성을 유발하는지 살피고, 이타성이 사실은 이기성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도킨스에 따르면 인간에게 집단은 물론 개인도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유전자 단위로 분해된다.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기계일 뿐이다. 도킨스의 생각은 마르크스·레비스트로스 등 인간의 주체성에 회의적이었던 결정론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결정론에 비해 더욱더 강력하다. 진화생물학이라는 과학을 동원해 구체적인 실험 결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풀무질 생물체의 몸이란 유전자가 생존하기 위해 프로그램 된 기계일 뿐이라는 건 <이기적 유전자>의 기본 개념이다. 그런데 이렇게 프로그램 된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생겨났을까? 리처드 도킨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들어 설명한다. 프로그래머가 컴퓨터가 체스를 두도록 할 때 모든 수를 입력할 수는 없다.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프로그래머는 ‘비숍은 대각선으로 움직인다’라고 하지 않고 수학적 언어로 “비숍의 새로운 좌표는 원래의 X좌표와 Y좌표의 양방에 동일한 정수를 더해서 얻는다”는 식으로 입력한다. “왕은 무방비 상태로 두지 마라”라는 힌트도 준다. 단순하다. 그러나 1997년 5월7일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아이비엠(IBM)이 만든 슈퍼컴퓨터 ‘디프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당시 체스 전문가들은 디프블루의 창조성에 혀를 내둘렀다. 유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예상할 수 있는 많은 우발적 사건들에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만든다. 유전자도 생존 기계에 생존 기술의 각론이 아니라 일반 전략이나 비결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북극곰의 유전자는 곧 태어날 자신들이 생존 기계가 미래에 추위를 느낄 것이라고 예측해 두꺼운 모피를 만든다. 유전자는 땅에 눈이 뒤덮일 것을 예측하고, 북극곰의 모피는 백색으로 변해 위장색을 갖게 된다. 미래 예측 방법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은 예행연습이다. 미래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생존 기계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생존 기계보다 한 단계 앞선다. 시행착오 중 시행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며, 착오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시뮬레이션은 보다 안전하면서 보다 신속하다. 시뮬레이션 능력을 통해 의식 탄생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의 진화는 주관적 의식의 진화를 초래한 듯하다. … 아마도 의식이 생겨난 것은 뇌가 생각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서 그 시뮬레이션 속에 자체 모형을 포함해야 할 정도가 되었을 때였을 것이다.”(<이기적 유전자> 4장) 의식의 출현과 다른 개체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인간은 특이한 걸 만들어 냈다. 바로 ‘문화’다. 언어, 의복과 음식의 유행, 의식과 관습, 예술과 건축, 기술과 공학 등은 역사를 통하여 마치 속도가 매우 빠른 유전적 진화와 비슷하게 진화한다. 유전자의 제일 큰 특징은 자기 복제자라는 점이다. 도킨스에 따르면 자기 복제자는 지구의 원시수프에서 ‘우연에 의해’ 탄생했다. 문화도 비슷하다. “새로이 등장한 수프는 인간의 문화라는 수프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 복제자에게도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으로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명사가 적당할 것이다. 이에 알맞은 그리스어 어근으로부터 ‘미멤’(mimeme)이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진’(gene·유전자)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단음절의 단어다. 그러기 위해서 단어를 밈(meme)으로 줄이고자 한다.”(<이기적 유전자> 11장)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밈도 밈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에는 넓은 의미의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다닌다. 어떤 과학자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듣거나 읽으면 이를 동료나 학생에게 전달할 것이다. 그는 논문이나 강연에서도 그것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인기를 얻게 되면 이 뇌에서 저 뇌로 퍼져 가면서 그 수가 늘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 도킨스는 그의 동료인 험프리의 말을 인용한다. “… 밈은 비유로서가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면서 그 유전 기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는 밈은 수백만 전세계 사람들의 신경계 속에 하나의 구조로서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이기적 유전자> 11장) 전세계 어디에나 ‘신’이라는 관념이 존재한다. 도킨스가 보기에는 신은 하나의 밈에 불과하며, 강력한 심리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신은 실존을 둘러싼 심원하고 마음을 괴롭히는 여러 의문에 표면적으로 그럴듯한 해답을 준다. 신은 현세의 불공평이 내세에서는 고쳐진다고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모방은 밈이 자기 복제를 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모든 유전자가 성공적이지 않은 것처럼, 어떤 밈은 밈 풀 속에서 다른 밈보다 성공적이다. 이것은 자연 선택과 유사하다. 장수, 다산성, 그리고 복제의 정확도가 이걸 결정한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다. 한 밈이 어떤 사람의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밈이 희생되는 것은 틀림없다. 밈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방송시간, 광고 게시판의 공간, 신문 기사의 길이, 그리고 도서관의 서가 공간 등과 같은 상품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마치질
어리석은 게 아니라 중독된 것이다
뻐꾸기는 자기 알을 다른 새집에 낳는다. 뻐꾸기 새끼는 알을 먼저 깨고 나온 뒤 다른 알을 새집 밖으로 밀어버리고 양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탁란(托卵)을 하는 새의 새끼들은 대개 양부모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먹이를 주기 위해 양부모가 새끼의 등에 올라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양부모는 녀석이 자기 진짜 자식이 아니란 걸 알아채지 못한다. 양부모는 우리가 조롱하고 싶을 정도로 어리석어 보이지만 도킨스는 다르게 해석한다.
그는 뻐꾸기 새끼의 벌어진 빨간 입은 너무나 유혹적이어서 양부모가 마약 환자처럼 이에 중독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뻐꾸기는 내부 기생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숙주(양부모)를 조종하며, 그 조종은 몸속 약물이나 호르몬처럼 강력하여 저항하기 어렵다.
동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누군가 이 시스템을 악용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새가 매가 없는데도 ‘매가 있다’라는 신호로 동료를 겁주어 쫓아 버리고 먹이를 혼자 독점했다면, 이 새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모든 동물의 의사소통에는 처음부터 사기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모든 동물의 상호 작용에는 어느 정도 이해 충돌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기침이 나면 우리는 보통 바이러스 활동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의 경우 바이러스가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이동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민 일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문화 유전자인 밈도 비슷하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도 비슷한 일이 많다. 광고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담배 ‘말보로’ 광고에는 항상 초원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카우보이(말보로맨)가 등장한다. 카우보이는 건강, 초원은 깨끗함을 상징한다. 이 광고에 유혹되어 수백만명이 흡연으로 죽었다. 말보로맨으로 등장했던 배우 데이비드 밀러·웨인 매클래런·데이비드 매클린도 폐기종과 폐암으로 숨졌다.
이데올로기도 똑같다. 과거에 유행했던 레드 콤플렉스, 요즘 유행하는 ‘툭하면 포퓰리즘’은 전형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다. 한 개인 또는 한 사회에 특정 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되면 합리적인 사고를 막는다.
도킨스는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이데올로기에 주입된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이데올로기를 만든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20대 청년을 입영 통지서 한 장으로 끌고가 ‘국방 서비스’를 무상으로 강제 제공하도록 하는 건 당연시하면서도, 그런 청년에게 주려는 반값 등록금은 “남의 돈을 공짜로 가로채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신도 자기 자식도 군대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게 이데올로기다.
담금질
노르웨이 테러범을 예언했던 도킨스
지난 7월22일 노르웨이에서 끔찍한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사진)로 기독교 근본주의자였다. 브레이비크는 자신의 손에 77명이나 죽었는데도 “나는 잘못이 없다. 내 의도는 정당했으며 폭력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기독교 유럽을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테러 하면 이슬람교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슬람이든 기독교든 상관없이 종교 광신의 결말을 유전자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도킨스에 따르면 종교는 유전자의 한 형태인 ‘정신 바이러스’에 불과하다.
“바이러스는 디엔에이(DNA)의 형태로 정보를 지니고 몸에서 다른 몸으로 퍼집니다. … 저는 종교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믿을 때 다른 이로부터 이야기 들은 것을 믿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증거가 무엇인지 절대 묻지 않습니다. 증거는 없지요. 그것은 그저 전파되고, 전파되기 때문에 전파되고, 또 전파되기 때문에 전파됩니다. 사람들은 교사·부모·목사를 통해 듣고, 믿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 이 믿음은 진실성을 떠나서 세대를 거쳐서 전승됩니다.”(<신과 다윈의 시대> 3부 ‘리처드 도킨스 인터뷰’)
2001년 9월11일 미국의 세계무역센터를 파괴한 테러범들은 정말로 그들이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고, 신이 기뻐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브레이비크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정치적 갈등은 자주 폭력의 형태로 폭발한다. 종교는 폭력을 행사하는 개인이나 세력에게 죄책감은커녕 그 행동을 합리화하는 이론적 도구와 감성적 위안을 제공한다.
도킨스에 따르면 종교나 맹신은 일종의 유전자 복합체다. 육식 동물의 유전자 풀에는 이·발톱·소화관·감각기관이 서로 적합한 형태로 진화한다. 종교도 건축·의식·율법·음악·예술·문서화된 전통이 조직화된 교회를 돕는 밈의 안정한 세트, 즉 ‘문화 유전자 복합체’다.
사람들에게 종교 의식을 강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교의의 하나는 지옥불의 협박이다. 많은 아이들, 그리고 일부 어른들까지 종교 율법을 따르지 않으면 사후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고 믿는다. 지옥불이라는 아이디어는 단순히 그 자체가 갖는 강렬한 심리적 충격 때문에 불멸의 존재가 된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개정판 보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믿음으로 산을 옮길 수는 없다. 그러나 믿음은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한 발상을 믿게 만들 수 있고, 따라서 내게 믿음은 일종의 정신 질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믿음은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경우에는 더 이상의 정당한 사유 없이 살인을 하거나 목숨을 바치게 할 수도 있다. … 믿음의 힘은 동정·용서·관대 등 인간 감정에 대한 모든 호소로부터 사람들을 무디게 만든다. 순교자의 영혼은 곧장 천국으로 향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공포로부터도 무디다. 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가. 종교적 믿음은 전쟁술 연보의 한 장을 장식할 것이며, 활·군마·탱크, 수소 폭탄과 한자리에 나란히 설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다음 지문은 <이기적 유전자> 맨 마지막 장의 맨 마지막 절이다. 이 지문을 읽고 아래 물음에 답하시오. 밈에 의해 진화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인간에게는 의식적인 선견지명이라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기적 존재인 유전자는 (그리고 밈에게도) 선견 능력이 없다. 이들은 의식이 없는,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이다. 이들이 자기 복제를 한다는 사실은, 몇 가지 부가적인 조건 등을 조합하여 생각해 볼 때 이들이 진화를 거쳐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성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든 밈이든, 단순한 자기 복제자는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결국에는 이롭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한 가지 사실이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실험 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 11장) ①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는 문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시오. (600자) ②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관통하는 주장과 위의 지문 내용이 서로 충돌하는지 아닌지 분석하시오. (800자)
2. 전세계 인구는 올해 70억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통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전세계에서 종교를 믿는 사람은 35억~45억명 정도다. 도킨스는 종교는 정신적 바이러스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인구가 종교를 믿고 있다면, 그것 역시 인간 진화의 산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도킨스의 종교관에 찬반을 논하시오. (1200자)
중학생의 공부하는 힘 1318클래스(1318class.com) 공동기획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풀무질 생물체의 몸이란 유전자가 생존하기 위해 프로그램 된 기계일 뿐이라는 건 <이기적 유전자>의 기본 개념이다. 그런데 이렇게 프로그램 된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생겨났을까? 리처드 도킨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들어 설명한다. 프로그래머가 컴퓨터가 체스를 두도록 할 때 모든 수를 입력할 수는 없다.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프로그래머는 ‘비숍은 대각선으로 움직인다’라고 하지 않고 수학적 언어로 “비숍의 새로운 좌표는 원래의 X좌표와 Y좌표의 양방에 동일한 정수를 더해서 얻는다”는 식으로 입력한다. “왕은 무방비 상태로 두지 마라”라는 힌트도 준다. 단순하다. 그러나 1997년 5월7일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아이비엠(IBM)이 만든 슈퍼컴퓨터 ‘디프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당시 체스 전문가들은 디프블루의 창조성에 혀를 내둘렀다. 유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예상할 수 있는 많은 우발적 사건들에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만든다. 유전자도 생존 기계에 생존 기술의 각론이 아니라 일반 전략이나 비결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북극곰의 유전자는 곧 태어날 자신들이 생존 기계가 미래에 추위를 느낄 것이라고 예측해 두꺼운 모피를 만든다. 유전자는 땅에 눈이 뒤덮일 것을 예측하고, 북극곰의 모피는 백색으로 변해 위장색을 갖게 된다. 미래 예측 방법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은 예행연습이다. 미래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생존 기계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생존 기계보다 한 단계 앞선다. 시행착오 중 시행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며, 착오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시뮬레이션은 보다 안전하면서 보다 신속하다. 시뮬레이션 능력을 통해 의식 탄생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의 진화는 주관적 의식의 진화를 초래한 듯하다. … 아마도 의식이 생겨난 것은 뇌가 생각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서 그 시뮬레이션 속에 자체 모형을 포함해야 할 정도가 되었을 때였을 것이다.”(<이기적 유전자> 4장) 의식의 출현과 다른 개체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인간은 특이한 걸 만들어 냈다. 바로 ‘문화’다. 언어, 의복과 음식의 유행, 의식과 관습, 예술과 건축, 기술과 공학 등은 역사를 통하여 마치 속도가 매우 빠른 유전적 진화와 비슷하게 진화한다. 유전자의 제일 큰 특징은 자기 복제자라는 점이다. 도킨스에 따르면 자기 복제자는 지구의 원시수프에서 ‘우연에 의해’ 탄생했다. 문화도 비슷하다. “새로이 등장한 수프는 인간의 문화라는 수프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 복제자에게도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으로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명사가 적당할 것이다. 이에 알맞은 그리스어 어근으로부터 ‘미멤’(mimeme)이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진’(gene·유전자)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단음절의 단어다. 그러기 위해서 단어를 밈(meme)으로 줄이고자 한다.”(<이기적 유전자> 11장)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밈도 밈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에는 넓은 의미의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다닌다. 어떤 과학자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듣거나 읽으면 이를 동료나 학생에게 전달할 것이다. 그는 논문이나 강연에서도 그것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인기를 얻게 되면 이 뇌에서 저 뇌로 퍼져 가면서 그 수가 늘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 도킨스는 그의 동료인 험프리의 말을 인용한다. “… 밈은 비유로서가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면서 그 유전 기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는 밈은 수백만 전세계 사람들의 신경계 속에 하나의 구조로서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이기적 유전자> 11장) 전세계 어디에나 ‘신’이라는 관념이 존재한다. 도킨스가 보기에는 신은 하나의 밈에 불과하며, 강력한 심리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신은 실존을 둘러싼 심원하고 마음을 괴롭히는 여러 의문에 표면적으로 그럴듯한 해답을 준다. 신은 현세의 불공평이 내세에서는 고쳐진다고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모방은 밈이 자기 복제를 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모든 유전자가 성공적이지 않은 것처럼, 어떤 밈은 밈 풀 속에서 다른 밈보다 성공적이다. 이것은 자연 선택과 유사하다. 장수, 다산성, 그리고 복제의 정확도가 이걸 결정한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다. 한 밈이 어떤 사람의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밈이 희생되는 것은 틀림없다. 밈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방송시간, 광고 게시판의 공간, 신문 기사의 길이, 그리고 도서관의 서가 공간 등과 같은 상품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마치질
어리석은 게 아니라 중독된 것이다
미국 담배회사 말보로의 광고. 시그마
담금질
노르웨이 테러범을 예언했던 도킨스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다음 지문은 <이기적 유전자> 맨 마지막 장의 맨 마지막 절이다. 이 지문을 읽고 아래 물음에 답하시오. 밈에 의해 진화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인간에게는 의식적인 선견지명이라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기적 존재인 유전자는 (그리고 밈에게도) 선견 능력이 없다. 이들은 의식이 없는,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이다. 이들이 자기 복제를 한다는 사실은, 몇 가지 부가적인 조건 등을 조합하여 생각해 볼 때 이들이 진화를 거쳐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성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든 밈이든, 단순한 자기 복제자는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결국에는 이롭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한 가지 사실이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실험 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 11장) ①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는 문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시오. (600자) ②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관통하는 주장과 위의 지문 내용이 서로 충돌하는지 아닌지 분석하시오. (800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