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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소나기’ 작가 황순원 초기 작품 71편 발굴

등록 2011-09-22 11:58

생전의 황순원 작가
생전의 황순원 작가
생전 “버린 작품들 호사가가 발굴이라는 명목으로든 끄집어내지 말기를”
제자 김종회 교수 ‘엄중한 경고’ 무릅쓰고 발표 “완벽한 작품목록 필요해서”
 ‘국민소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1915~2000)은 생전에 유난히 깔끔했던 언행으로도 유명하다.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숱한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면서도 끝내 그 흔한 (명예)박사학위 하나 받지 않았다. 작가는 소설로 말을 할 뿐이라는 신조로 가급적 수필을 비롯한 ‘잡문’을 쓰지 않았으며,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독자 앞에 나서기를 극구 꺼렸다.

 1985년 문학과지성사에서 황순원전집 전12권을 낸 것으로 그의 문학세계 역시 깔끔하게 갈무리되었다.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소설 1편, 장편소설 7편이 생전에 그가 한국문학에 보탠 소출의 목록이었다. 산문 <말과 삶과 자유>에서 그는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나는 판을 달리할 적마다 작품을 손봐 오는 편이지만, 해방 전 신문 잡지에 발표된 많은 시의 거의 다를 이번 전집에서도 빼버렸고, 이미 출간된 시집 <방가>(放歌)에서도 27 편 중 12편이나 빼버렸다. 무엇보다도 쓴 사람 자신의 마음에 너무 들지 않는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읽힌다는 건 용납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빼버리는 데 조그만치도 미련은 없었다. 이렇게 내가 버린 작품들을 이후에 어느 호사가가 있어 발굴이라는 명목으로든 뭐로든 끄집어내지 말기를 바란다.”

 황순원의 제자인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가 20일 황순원의 초기 작품 71편을 ‘발굴’해 발표하면서 스승 황순원의 이 글을 새삼 언급한 것은 그 자신 스승이 저어한 ‘호사가의 발굴’에 해당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조심스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 교수는 23일 경기 양평 소나기마을에서 있을 제8회 황순원문학제 문학 세미나를 통해 동요·소년시·시 65편, 단편소설 1편, 수필 3편, 서평·설문 각 1편 등 모두 71편의 황순원 작품을 새롭게 발굴해 소개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1930년대 초에 <매일신보>를 비롯한 신문에 발표된 것이며, 1950년대에 쓴 수필과 설문, 1970년대에 쓴 서평도 포함되었다. 이 가운데 <매일신보> 1931년 3월19일 치에 실린 동요 <누나생각>은 그동안 황순원의 최초 발표작으로 알려진 동요 <봄싹>(1931년 3월 26일)보다 1주일 앞서 발표된 작품이다. 생전의 황순원은 <동광> 1931년 7월호에 실린 시 <나의 꿈>을 자신의 등단작으로 삼았다.

 김종회 교수는 스승의 ‘엄중한 경고’를 무릅쓰고 황순원의 초기작을 발굴·공개하게 된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선생 자신이 버린 작품들을 작가의 작품 목록에 추가로 편입시킨다는 게 문학사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이번 발굴·공개는 권영민 교수(서울대 국문과)가 <문학사상> 2010년 7월호에서 전집에 수록되지 않은 선생의 동요 8편과 시 1편, 소년소설 1편, 단막 희곡 1편을 발굴해서 발표한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연구자들이 지난 신문을 들추다가 선생의 작품 한두 편을 새롭게 찾아내 ‘발굴’이라는 명목으로 찔끔찔끔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어요. 그럴 바에야 이참에 과거 신문·잡지를 샅샅이 뒤져 완벽에 가까운 목록을 작성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작업으로 선생의 이른바 미공개 작품은 대부분 빛을 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앞으로 추가 ‘발굴’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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