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올리브나무
[통합논술 세미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2. 세계화에 접속하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2. 세계화에 접속하기
■ 책 소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 렉서스는 도요타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세계화(신세계)를 상징하고 올리브나무는 전통적인 민족국가와 신념(구세계)을 상징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화 찬양서다. 그 누구도 세계화 흐름을 거역할 수 없으며, 세계화의 법칙에 맞추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타이(태국)·러시아·인도네시아처럼 금융위기라는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게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이다. 그는 ‘세계화=미국화’라고 본다. 그런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나온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 위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단지 저자의 주장만 흡수할 게 아니라 미국마저 왜 금융위기에 휩싸이게 됐을까 고민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 풀무질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 여러 나라의 차이를 컴퓨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에 비유한다. 냉전체제에서는 자유시장 하드웨어, 공산주의 하드웨어, 두 가지가 섞인 하이브리드 하드웨어 등 3가지가 있었다.
하드웨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거시경제 정책으로 비교하면, 공산주의 국가는 도스 캐피털 0.0이다. 헝가리는 1.0, 중국의 내륙은 1.0, 상하이는 4.0이다. 타이와 인도네시아는 3.0, 한국은 도스 캐피털 4.0이다. 프랑스·독일·일본은 5.0, 미국과 홍콩·대만·영국은 경제를 완전히 자유화하고 완전한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고 있다. 이들 나라는 6.0이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이 소프트웨어는 한 나라의 법과 규제 시스템의 질적 수준이다. 은행법, 상법, 비즈니스에 필요한 준칙, 독립적인 중앙은행, 사법적 심사 절차, 국제 회계기준 등이다. 현재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같은 하드웨어(자유시장 자본주의)를 갖고 있다. 이제 하드웨어를 어떻게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폴란드와 소련은 둘 다 같은 시기에 냉전에서 벗어났다. 두 나라 모두 경제침체를 겪었으나 폴란드는 곧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고 러시아는 그러지 못했다. 공산주의로 넘어가기 전 자본주의 역사가 있던 폴란드는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세계화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많이 갖췄다. 그러나 자본주의나 민주주의 역사가 없던 러시아는 훨씬 어려운 시기를 거쳤고 대가를 치렀다. 폴란드와 러시아, 국가의 질이 달랐다 전자소떼(국제 금융 자본)는 국가의 질을 중시한다. 국가의 질은 전자소떼를 다루기 위해 갖춰야 할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의 품질을 의미한다. 칠레·대만·홍콩·싱가포르는 1990년대 경제 위기 때 이웃 나라들보다 훨씬 더 잘 살아남았다. 이들 나라는 더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활용하는 양질의 국가 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이다. 정교하고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금융과 법적 기반을 갖춘 나라는 자국 통화를 공격하는 투기세력을 물리칠 태세를 더 갖추고 있다. 1992년 스웨덴 금융위기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때 두 나라는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품질이 높았기 때문에 신속하게 회복했다. 프리드먼이 1999년 방문했던 스리랑카의 한 의류 공장은 임금만 빼고 근로조건이 좋았다. 사장은 “대규모 글로벌 브랜드와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더 좋은 근로조건으로 생산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노동착취 공장을 반대하는 선진국 소비자 움직임을 강하게 의식했다. 공장의 근로조건이 개선된 건 스리랑카가 세계화에 반대하는 장벽을 쌓았기 때문이 아니다. 전세계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만 깔아놓는다고 파워를 얻을 수는 없다. 파워는 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체제에서 누구는 조형자(shaper)가 되고 누구는 적응자(adapter)가 된다. 조형자들은 네트워크 활동을 관리하는 규칙을 만든 기업이나 국가·시민단체들이다. 적응자들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맞춰가면서 자기의 틈새시장을 찾아내 이득을 얻는 기업들이다. 더 많은 소비자와 기업과 국가가 네트워크에 연결될수록 강력한 조형자들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될 것이다. 성공하는 나라들의 아홉 가지 습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는 경제 영역에서 조형자가 된 좋은 사례다. 이름도 없었던 이 회사는 3년 안에 소비자들이 월드와이드웹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상호 작용의 형태와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다른 조형자다. 이 회사는 소비자와 기업들을 자사의 기술과 표준,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에 바탕을 둔 가치의 네트워크로 끌어들였다. 미국과 영국은 황금 스트레이트재킷과 슈퍼시장의 핵심적인 조형자였다. 프리드먼은 세계화 시대에 맞는 ‘성공하는 나라들의 아홉 가지 습관’이라는 체크리스트를 내놓는다. 얼마나 빠른가, 지식을 얼마나 수확하고 있는가, 얼마나 가벼운가, 외부에 얼마나 개방적인가, 내부가 얼마나 열려 있는가,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를 갈아치울 수 있는가, 친구를 얼마나 잘 사귀는가, 얼마나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가 등이다. 이 기준에 따라 프리드먼은 주식 시장에 비유해 “대만은 매수, 이탈리아는 보유, 프랑스는 매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만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살아남은 건 우연이 아니다. 대만 정부는 창조적 파괴의 문화를 용인할 의지가 있었다. 처음부터 대만 정부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기업 부문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거대한 재벌을 키우는 대신 대만 정부는 기업계에서 물러나 있는 편이었다. 그 결과 중소기업들이 벌떼처럼 많이 생겨났다. 이런 기업들은 매우 유연하고 효율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북부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자본주의 정신이 넘치는 곳이다. 프리드먼이 잠정적으로 매도리스트에 올려놓은 나라는 러시아다. 이 나라는 여전히 번영으로 가기 위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았다. 이 나라 상층부를 완전히 갈아치우거나 러시아판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나오지 않는 한 별 희망이 없는 나라다. ■ 마치질 빗나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예언 브릭스(BRICs)란 단어가 있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흥 경제 강국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의 통계를 보면 2010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1위국은 여전히 미국이다. 14조6578억달러나 된다. 2위는 중국(5조8783억달러)이며, 브라질은 2조903억달러로 7위, 인도는 1조5380억달러로 10위, 러시아는 1조4651억달러로 11위다. 그런데 1999년 초판이 나온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브릭스를 별 가망 없는 나라로 여러 번 혹평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핀란드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데릭 시어러는 “러시아에 투자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2000년 1월 기준으로 중국 경제의 40%가량을 국영기업과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파산했거나 비생산적인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 500대 기업 가운데 국영기업이 67%나 된다. 중국 민영기업 가운데 1위는 화웨이인데 500대 기업 순위 39위에 불과하다.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호언했다. “중국이 지금의 모습 그대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건 말이 안 된다. ……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중국 지도자들의 말을 너무 많이 들었거나 아니면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무수한 도전들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드먼은 대만·이탈리아·아일랜드·아이슬란드 등을 칭찬했다. 최고 찬사의 대상은 대만이다. 대만은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경제에 대한 정부 간섭이 없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경제는 망했지만 이 나라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프리드먼은 강조했다. 그는 “대만이 주식이라면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1조71억달러(세계 14위)이지만 대만은 4306억달러(24위)에 그쳤다. 2008년 5월 대만 총통 선거 때 최대 이슈는 ‘왜 대만이 한국에 뒤처지게 됐나?’였다. 프리드먼은 이탈리아가 주식이라면 보유를 권한다. 그런데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19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하고 전망을 ‘부정적’으로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0.2% 성장에 그쳤다. 이는 유럽연합 평균 1.1%보다 크게 낮다. 이탈리아 경제가 망가지는 동안 집권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로 재산이 78억달러나 되는 거부이자 ‘세계화주의자’다. 베를루스코니는 2001년 5월부터 2006년 5월까지, 그리고 2008년 4월부터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다. 프리드먼이 극찬했던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에 빠졌다.
■ 담금질 ‘재스민 혁명’을 부른 세계화 혁명 “중동에서도 튀니지와 다른 아랍 국가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튀니지는 1990년대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고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성공하는 나라들의 습관을 많이 익혔지만 이웃 아랍 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렉서스와 올리브나무> 11장) 토머스 프리드먼은 중동지역에서 세계화에 앞선 나라로 튀니지를 꼽았다. 그러나 튀니지는 ‘세계화 혁명’이 아니라 ‘재스민 혁명’으로 유명한 나라가 됐다.
지난해 12월17일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 과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물품을 빼앗기고 폭행당했다. 격분한 부아지지는 다음날 지방청사 앞에서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을 시도했고 올 1월4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공식 실업률 14%, 15~29살의 청년실업률이 30%나 되는 경제난이 이 사건을 전국적 시위사태로 확대시켰다. 경찰 발포로 수십명이 사망했지만 국민 저항은 거세졌다. 올 1월14일 23년 독재 정치를 했던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튀니지 혁명은 재스민 혁명이라고도 한다. 이 나라 국화가 재스민이기 때문이다. 재스민 혁명은 다른 나라로 번졌고 이집트·알제리·리비아의 독재 정권이 무너졌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화는 금융 민주화, 기술 민주화, 정보 민주화를 핵심으로 하며, 전자소떼가 각 나라를 투명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1990년대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었던’ 튀니지는 투명하고 민주화된 나라가 되어야 했다.
올 2월에는 30년간 집권했던 이집트의 친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무너졌다.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박노자 교수는 올 2월28일치 <한겨레>에 쓴 ‘중동 혁명의 본질’이라는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분노의 표적이 된 무바라크 정권 같으면 그 비민주적 탄생보다도 극소수만을 살찌우고 다수를 소외시키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민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 6년간 이집트가 (주로 투기자금으로 구성된) 약 400억달러 정도의 외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외국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챙겨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얼마든지 ‘먹튀’를 해도 무방한 구조 속에서는 외국자본과 극소수 국내 재벌·관벌들이 부유해질수록 민중의 박탈감은 커져갔다.”
예멘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올 1월부터 벌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군의 무력 진압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33년째 집권중인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처럼 서유럽 공군의 폭격을 받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친미 정권이기 때문이다. 친미면 독재자도 돌봐주고 그렇지 않으면 ‘흉악한 독재자’로 몰아 공격하는 게 ‘세계화 조형자’ 미국의 행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도 비슷한 면이 보인다. 저자인 프리드먼은 “석유가 없었다면 아야톨라(이란 시아파 회교 지도자)들은 이란을 세계에 더 빨리 개방하고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었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는 세계에 접속하고 있지만 오직 석유의 힘만으로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이란은 선거도 치르고 정권도 합법적으로 바뀌어 훨씬 민주적이다.
■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유망하다고 본 국가와 전망이 별로 없다고 본 나라의 현재 모습이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 보시오. (600자) 2.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9장 ‘세계화 혁명’에는 아래 지문과 같은 내용이 있다. 1999년 기준 1인당 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었지만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었던 나라를 찾아서 써 보시오. 이를 바탕으로 아래 지문의 타당성을 검증해 보시오. (800자) “1인당 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는 모든 나라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에요. 싱가포르는 예외죠. 이 나라는 도시국가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거의 틀림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될 겁니다. 냉전이 끝나고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모든 모델이 신뢰를 잃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3. 아래 프리드먼의 견해에 대해 찬반 의견을 쓰시오. (1000자) “전자소떼에 완전히 연결된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부패가 적고 민주화된 체제를 가진 나라(대만·홍콩·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는 1997년 경제위기의 상처가 가장 적었다. 민주적이지만 부패한 체제를 가진 나라들(타이와 한국)은 두 번째로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들은 민주화돼 있었기 때문에 민중봉기 없이 더 나은 소프트웨어와 지배구조 하에서 투표를 통해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 가장 독재적이고 가장 부패한 동남아 국가(수하르토 정권 치하의 인도네시아)는 유연성이 가장 떨어지고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적응하는 능력이 가장 떨어져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전자소떼는 세 가지 결정적인 이유 때문에 일반적으로 민주화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것이다. 그 세 가지는 유연성·정당성·지속가능성이다. 왜 그런지 보자. 소떼가 더 빠르고 더 커질수록 글로벌 경제는 더 원활하고 개방적인 경제가 된다. 그럴수록 소떼를 최대한 이용하면서도 소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도 더 많이 갖게 된다. 언제나 예외는 있겠지만, 나는 더 민주적이고, 책임성 있고, 개방적인 지배구조를 가질수록 금융 시스템에 돌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일반적인 법칙을 아직도 믿는다.”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 렉서스는 도요타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세계화(신세계)를 상징하고 올리브나무는 전통적인 민족국가와 신념(구세계)을 상징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화 찬양서다. 그 누구도 세계화 흐름을 거역할 수 없으며, 세계화의 법칙에 맞추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타이(태국)·러시아·인도네시아처럼 금융위기라는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게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이다. 그는 ‘세계화=미국화’라고 본다. 그런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나온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 위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단지 저자의 주장만 흡수할 게 아니라 미국마저 왜 금융위기에 휩싸이게 됐을까 고민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 풀무질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 여러 나라의 차이를 컴퓨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에 비유한다. 냉전체제에서는 자유시장 하드웨어, 공산주의 하드웨어, 두 가지가 섞인 하이브리드 하드웨어 등 3가지가 있었다.
하드웨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거시경제 정책으로 비교하면, 공산주의 국가는 도스 캐피털 0.0이다. 헝가리는 1.0, 중국의 내륙은 1.0, 상하이는 4.0이다. 타이와 인도네시아는 3.0, 한국은 도스 캐피털 4.0이다. 프랑스·독일·일본은 5.0, 미국과 홍콩·대만·영국은 경제를 완전히 자유화하고 완전한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고 있다. 이들 나라는 6.0이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이 소프트웨어는 한 나라의 법과 규제 시스템의 질적 수준이다. 은행법, 상법, 비즈니스에 필요한 준칙, 독립적인 중앙은행, 사법적 심사 절차, 국제 회계기준 등이다. 현재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같은 하드웨어(자유시장 자본주의)를 갖고 있다. 이제 하드웨어를 어떻게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폴란드와 소련은 둘 다 같은 시기에 냉전에서 벗어났다. 두 나라 모두 경제침체를 겪었으나 폴란드는 곧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고 러시아는 그러지 못했다. 공산주의로 넘어가기 전 자본주의 역사가 있던 폴란드는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세계화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많이 갖췄다. 그러나 자본주의나 민주주의 역사가 없던 러시아는 훨씬 어려운 시기를 거쳤고 대가를 치렀다. 폴란드와 러시아, 국가의 질이 달랐다 전자소떼(국제 금융 자본)는 국가의 질을 중시한다. 국가의 질은 전자소떼를 다루기 위해 갖춰야 할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의 품질을 의미한다. 칠레·대만·홍콩·싱가포르는 1990년대 경제 위기 때 이웃 나라들보다 훨씬 더 잘 살아남았다. 이들 나라는 더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활용하는 양질의 국가 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이다. 정교하고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금융과 법적 기반을 갖춘 나라는 자국 통화를 공격하는 투기세력을 물리칠 태세를 더 갖추고 있다. 1992년 스웨덴 금융위기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때 두 나라는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품질이 높았기 때문에 신속하게 회복했다. 프리드먼이 1999년 방문했던 스리랑카의 한 의류 공장은 임금만 빼고 근로조건이 좋았다. 사장은 “대규모 글로벌 브랜드와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더 좋은 근로조건으로 생산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노동착취 공장을 반대하는 선진국 소비자 움직임을 강하게 의식했다. 공장의 근로조건이 개선된 건 스리랑카가 세계화에 반대하는 장벽을 쌓았기 때문이 아니다. 전세계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만 깔아놓는다고 파워를 얻을 수는 없다. 파워는 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체제에서 누구는 조형자(shaper)가 되고 누구는 적응자(adapter)가 된다. 조형자들은 네트워크 활동을 관리하는 규칙을 만든 기업이나 국가·시민단체들이다. 적응자들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맞춰가면서 자기의 틈새시장을 찾아내 이득을 얻는 기업들이다. 더 많은 소비자와 기업과 국가가 네트워크에 연결될수록 강력한 조형자들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될 것이다. 성공하는 나라들의 아홉 가지 습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는 경제 영역에서 조형자가 된 좋은 사례다. 이름도 없었던 이 회사는 3년 안에 소비자들이 월드와이드웹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상호 작용의 형태와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다른 조형자다. 이 회사는 소비자와 기업들을 자사의 기술과 표준,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에 바탕을 둔 가치의 네트워크로 끌어들였다. 미국과 영국은 황금 스트레이트재킷과 슈퍼시장의 핵심적인 조형자였다. 프리드먼은 세계화 시대에 맞는 ‘성공하는 나라들의 아홉 가지 습관’이라는 체크리스트를 내놓는다. 얼마나 빠른가, 지식을 얼마나 수확하고 있는가, 얼마나 가벼운가, 외부에 얼마나 개방적인가, 내부가 얼마나 열려 있는가,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를 갈아치울 수 있는가, 친구를 얼마나 잘 사귀는가, 얼마나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가 등이다. 이 기준에 따라 프리드먼은 주식 시장에 비유해 “대만은 매수, 이탈리아는 보유, 프랑스는 매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만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살아남은 건 우연이 아니다. 대만 정부는 창조적 파괴의 문화를 용인할 의지가 있었다. 처음부터 대만 정부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기업 부문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거대한 재벌을 키우는 대신 대만 정부는 기업계에서 물러나 있는 편이었다. 그 결과 중소기업들이 벌떼처럼 많이 생겨났다. 이런 기업들은 매우 유연하고 효율적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북부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자본주의 정신이 넘치는 곳이다. 프리드먼이 잠정적으로 매도리스트에 올려놓은 나라는 러시아다. 이 나라는 여전히 번영으로 가기 위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았다. 이 나라 상층부를 완전히 갈아치우거나 러시아판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나오지 않는 한 별 희망이 없는 나라다. ■ 마치질 빗나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예언 브릭스(BRICs)란 단어가 있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흥 경제 강국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의 통계를 보면 2010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1위국은 여전히 미국이다. 14조6578억달러나 된다. 2위는 중국(5조8783억달러)이며, 브라질은 2조903억달러로 7위, 인도는 1조5380억달러로 10위, 러시아는 1조4651억달러로 11위다. 그런데 1999년 초판이 나온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브릭스를 별 가망 없는 나라로 여러 번 혹평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핀란드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데릭 시어러는 “러시아에 투자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2000년 1월 기준으로 중국 경제의 40%가량을 국영기업과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파산했거나 비생산적인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 500대 기업 가운데 국영기업이 67%나 된다. 중국 민영기업 가운데 1위는 화웨이인데 500대 기업 순위 39위에 불과하다.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호언했다. “중국이 지금의 모습 그대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건 말이 안 된다. ……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중국 지도자들의 말을 너무 많이 들었거나 아니면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무수한 도전들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드먼은 대만·이탈리아·아일랜드·아이슬란드 등을 칭찬했다. 최고 찬사의 대상은 대만이다. 대만은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경제에 대한 정부 간섭이 없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경제는 망했지만 이 나라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프리드먼은 강조했다. 그는 “대만이 주식이라면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1조71억달러(세계 14위)이지만 대만은 4306억달러(24위)에 그쳤다. 2008년 5월 대만 총통 선거 때 최대 이슈는 ‘왜 대만이 한국에 뒤처지게 됐나?’였다. 프리드먼은 이탈리아가 주식이라면 보유를 권한다. 그런데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19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하고 전망을 ‘부정적’으로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0.2% 성장에 그쳤다. 이는 유럽연합 평균 1.1%보다 크게 낮다. 이탈리아 경제가 망가지는 동안 집권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로 재산이 78억달러나 되는 거부이자 ‘세계화주의자’다. 베를루스코니는 2001년 5월부터 2006년 5월까지, 그리고 2008년 4월부터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다. 프리드먼이 극찬했던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에 빠졌다.
■ 담금질 ‘재스민 혁명’을 부른 세계화 혁명 “중동에서도 튀니지와 다른 아랍 국가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튀니지는 1990년대 황금 스트레이트재킷을 입고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성공하는 나라들의 습관을 많이 익혔지만 이웃 아랍 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렉서스와 올리브나무> 11장) 토머스 프리드먼은 중동지역에서 세계화에 앞선 나라로 튀니지를 꼽았다. 그러나 튀니지는 ‘세계화 혁명’이 아니라 ‘재스민 혁명’으로 유명한 나라가 됐다.
■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유망하다고 본 국가와 전망이 별로 없다고 본 나라의 현재 모습이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 보시오. (600자) 2.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9장 ‘세계화 혁명’에는 아래 지문과 같은 내용이 있다. 1999년 기준 1인당 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었지만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었던 나라를 찾아서 써 보시오. 이를 바탕으로 아래 지문의 타당성을 검증해 보시오. (800자) “1인당 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는 모든 나라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에요. 싱가포르는 예외죠. 이 나라는 도시국가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거의 틀림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될 겁니다. 냉전이 끝나고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모든 모델이 신뢰를 잃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3. 아래 프리드먼의 견해에 대해 찬반 의견을 쓰시오. (1000자) “전자소떼에 완전히 연결된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부패가 적고 민주화된 체제를 가진 나라(대만·홍콩·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는 1997년 경제위기의 상처가 가장 적었다. 민주적이지만 부패한 체제를 가진 나라들(타이와 한국)은 두 번째로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들은 민주화돼 있었기 때문에 민중봉기 없이 더 나은 소프트웨어와 지배구조 하에서 투표를 통해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 가장 독재적이고 가장 부패한 동남아 국가(수하르토 정권 치하의 인도네시아)는 유연성이 가장 떨어지고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적응하는 능력이 가장 떨어져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전자소떼는 세 가지 결정적인 이유 때문에 일반적으로 민주화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것이다. 그 세 가지는 유연성·정당성·지속가능성이다. 왜 그런지 보자. 소떼가 더 빠르고 더 커질수록 글로벌 경제는 더 원활하고 개방적인 경제가 된다. 그럴수록 소떼를 최대한 이용하면서도 소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도 더 많이 갖게 된다. 언제나 예외는 있겠지만, 나는 더 민주적이고, 책임성 있고, 개방적인 지배구조를 가질수록 금융 시스템에 돌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일반적인 법칙을 아직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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