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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실패로 끝난 ‘극단적 자유주의’ 실험

등록 2011-10-21 20:08

김지석의 앎과 함
지금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점령하라 시위’는 문제의 성격이 전지구적임을 새삼 일깨운다. 시위대의 분노 대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화한 신자유주의 체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해법은 간단하지가 않다. ‘적’이 누구인지 집어내기가 쉽지 않고, 체제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분명하지가 않다. 시위 동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끈질긴 관성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 이 체제는 자본, 특히 미국 금융자본을 정점으로 한 다국적 자본과 서구 나라들이 주도했지만 그 표현양태와 의식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성공이자 비극이기도 하다. 서구 나라들이 동시 개혁과 더불어 생활양식 자체를 바꿔나가지 않으면 완전히 극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극단적인 형태다. 근대 초기 서구에서 틀이 잡힌 자유주의의 핵심 원리는 개인주의다. 개인이 독립된 존재이자 모든 권리의 주체라는 생각은 기존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이기심을 적극 옹호하는 개인주의 윤리는 새로 떠오르는 자본주의 질서의 중요한 받침대가 됐다. 애초 자유주의는 개인의 존엄성뿐만 아니라 능력의 평등까지도 옹호함으로써 소수 기득권층을 제외한 다수의 이념이 됐다.

그러나 유산계급의 지배체제가 확립되면서 자유주의는 가진 자의 논리로 퇴각한다. 자유주의를 주된 강령으로 내세운 정당들 역시 19세기 말 이후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군소정당으로 전락한다. 이때 자유주의가 방기한 진보적 가치들을 떠안은 것은 사회민주주의다. 사회민주주의는 사회 전체를 시야에 두고 평등과 자유, 연대, 민주주의 등을 함께 추구한다.

그렇다고 자유주의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자유주의는 지금도 서구 체제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보수주의자는 물론이고 사회민주주의자들도 자유주의적 가치의 상당 부분을 받아들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과 이후 복지국가 구축 노력은 자유주의에 진보적 색채를 입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지금도 리버럴(자유주의적)이라는 말은 ‘진보적’이라는 뜻이 강하다.

신자유주의는 이 ‘리버럴’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자유주의 형태다.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장근본주의를 전제로 적극적인 자유화·민영화·세계화 등을 주장해왔다.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실제 신자유주의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잖다. 나라 안팎의 반발을 억누르는 데 필요한 체제 유지비용이 늘어나고, 시장 확장을 위한 정책과 기구들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4대강 사업도 그런 보기다.

서구는 지난 수백년 동안 다양한 체제 실험을 해왔다. 신자유주의의 파탄은 그 실험을 일단락 짓는 큰 사건이다. 살아남은 체제이념은 결국 두 가지다. 극단적이지 않은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서구 나라들이 앞으로 어떤 체제를 지향하든 이 둘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평가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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