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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건축 노벨상’ 프리츠커상 마키 후미히코 내한
“좋은 건축은 군중·고독 모두 껴안아”

등록 2011-11-02 20:07

세계적인 건축 거장 마키 후미히코의 대표작인 일본 규슈 나카쓰의 ‘바람의 언덕’ 화장장.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공간인 화장장을 공원으로 꾸민 자연과 조형물을 연상시키는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마키 후미히코의 대표작인 일본 규슈 나카쓰의 ‘바람의 언덕’ 화장장.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공간인 화장장을 공원으로 꾸민 자연과 조형물을 연상시키는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만들어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대강당 앞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백발성성한 노신사 앞에 사인을 받으려는 대학생들이 줄을 선 것이다. 아이돌 스타 못잖은 인기를 누린 이는 올해 나이 여든셋인 일본의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사진·1928~)였다. 세계 건축계의 ‘살아있는 전설’을 만난 건축학도들과 건축가들은 건축책을 들고 줄을 서 사인을 받았고, 마키는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자기 나이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학생들에게 정성껏 사인해주며 기념촬영에도 응해주었다.

마키 후미히코는 일본 건축을 세계가 주목하게 만든 ‘메타볼리즘’ 운동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지성적이면서도 경쾌한 모더니즘 건축으로 유명한 건축 거장이다. 하버드대 교수를 지내다 일본으로 돌아와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건축 이론과 실무 양쪽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아시아에선 두번째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그가 ‘특별한 건축가’인 까닭은 팔순 나이에도 최정상급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20세기 못잖은 작품들을 21세기에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터에 짓는 새 무역센터 빌딩 4개 중 하나를 설계했고, 유엔 본관 옆에 지어질 유엔 컨솔리데이션 빌딩도 작품 목록에 추가했다.

일본의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1928~ )
일본의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1928~ )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2단계 설계에 참여하게 되어 한국을 찾은 마키 후미히코는 이날 중앙대 건축학과의 특강 초청을 받아 한국 건축인들과 만났다. 나이를 고려해 주최 쪽에서 앉아서 강연하기를 권하자 그는 웃으며 사양하고 2시간 내내 꼿꼿하게 서서 열정적으로 강연을 마쳤다. 그리고 <한겨레>와 단독으로 만나 60년 건축 인생과 건축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평생 건축의 장소성, 곧 건물이 들어설 장소와의 관계를 중시해온 그는 “건축은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기쁨을 주는 것은 건물의 형태가 아니라 바로 건축과 장소가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온다”고 설명했다.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이냐는 질문에 그는 두가지를 꼽았다. 먼저 “좋은 공공건축, 좋은 도시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도 좋고, 혼자 이용해도 좋은 곳”이라고 했다. “점점 고령화 사회가 되어 노인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홀로 있다는 것, 고독하다는 것은 건축에서 더욱 중시해야 할 측면입니다. 혼자 쓰는 공간과 다중이 함께 쓰는 공간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해요. 한 공간에 여럿이 모이면서도 각자 자기 세계에 빠질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다음으로는 “좋은 기능을 자극하는 공간이 좋은 건축”이라고 덧붙이면서 2007년 작품인 미하라 공연예술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건물이 지어진 뒤 가보니 결혼식장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설계할 때 전혀 생각 못한 것이었는데, 건축가로선 행복했습니다. 건물이 장소로서 잘 쓰이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이날 강연을 주관한 건축가 김인철 중앙대 교수는 “마키 후미히코 선생은 팔순 나이에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뛰어난 건축을 만들어내신다는 점에서 후학들에게 ‘건축가의 길’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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