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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새 체제의 도래와 기본원칙

등록 2011-12-02 20:25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김지석의 앎과 힘
긴축의 시대, 고난의 시대가 지구촌 전체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계층 사다리의 아래쪽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이 시대는 짧게는 몇년, 길게는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경제·사회 체제가 부각될까? 대략 여섯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지난 30년간 지속돼온 신자유주의 체제가 모습을 바꿔 유지되는 것이다. 위기의 주범인 금융자본이 여전히 위세를 부리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없잖다. 특히 금융자본주의의 본거지인 미국과 영국은 개혁에 소극적이다. 둘째는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체제다. 파시즘이나 강한 민족주의 체제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국가자본주의와 국가사회주의가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과거 나치 정권이 그랬듯이, 이런 체제가 일단 만들어지더라도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 체제는 친화성이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국내외 여러 인구집단 사이의 분리와 차별 위에 구축돼 있으며, 이런 틀을 유지하면서 현재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한 모순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불만과 항의는 더 커질 것이고,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어느 순간 기존 체제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를 것이다.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이 둘을 제외한 넷이다. 첫째는 개혁적 자유주의 체제다. 시장의 주도적인 힘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여러 사회·경제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형태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 이후 케인스주의 정책을 적극 채택했던 유럽 대륙의 다수 나라 등이 이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더 진전된 사회민주주의 체제다. 여기서는 시장과 정부, 시민사회 등이 서로의 역량과 한계를 인정하면서 대타협을 통해 모든 문제를 풀어가게 된다. 이런 전통이 강한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이 선택하기 쉬운 길이다. 셋째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서구를 추격하면서 고도성장을 일궈냈던 동아시아 나라들의 체제다. 이들은 고유의 문화적 바탕 위에 서구 체제들의 여러 요소를 변형해 받아들이면서 상황에 따라 특정 부분을 강화해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 셋은 이전 체제의 연장선에 있는 반면, 마지막으로 이들 모두와 다른 새로운 체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대공황 이후 그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복지국가 체제가 비교적 짧은 시일 안에 만들어졌던 것처럼 말이다. 새 체제가 어떤 내용을 가질지 그려보기는 쉽지 않다. 지금의 위기가 어떤 양상으로 얼마나 힘겹게 진행될지, 그 과정에서 어떤 집단적 노력이 얼마나 깊이 있게 이뤄질지 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새 체제의 바탕이 될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다. 첫째는 모든 구성원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행복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윤 증대를 기본 원리로 하는 시장이 우리 삶을 모두 지배하도록 해서는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틀과 동력을 내부에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에너지·환경 등 지구적 과제 역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분명 새 길은 있다. 갈수록 더 주목받는 동아시아는 새 길을 찾는 데서도 더 노력해야 마땅하다.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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