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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민족문학론’ 비평가 최일수 유일한 소설 발견

등록 2011-12-12 14:06

최일수 소설원고
최일수 소설원고
민족문학론의 선구적 비평가 최일수(1924~1995)가 쓴 유일한 소설이 발견되었다. 국문학자인 한수영 동아대 교수는 ‘작고문인선집’ 시리즈의 하나로 <최일수 선집>을 준비하던 중 최일수가 쓴 원고지 74장 분량의 미완성 소설 <아집> 원고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최일수는 대다수의 비평가들이 실존주의와 서구 문학이론에 경도되어 있던 전후 문학 풍토에서 리얼리즘론, 분단문학론, 제3세계문학론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1970~80년대 민족문학론의 밑돌을 놓았던 비평가로 꼽힌다. 생전에 <현실의 문학>(1976) <민족문학신론>(1983) <분단헐기와 고루살기의 문학>(1993) 세 권의 평론집을 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몇 년 전 소장 비평가 이명원이 성균관대 박사학위 논문 ‘최일수 비평연구’를 통해 임화 등의 해방직후 민족문학론과 1970년대 이후 백낙청 등의 민족문학론을 이어 줄 고리로서 최일수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한겨레> 2004년 7월3일 치])

 미완성 소설 <아집>은 <최일수 선집> 책임편집을 맡은 한수영 교수가 최일수의 장녀인 최효주 한양여대 교수가 보관해온 유품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이 소설은 200자 원고지 74장으로 집필이 중단됐으며, 첫 장에는 제목과 ‘창작소설’, 그리고 최일수 자신의 이름이 한자로 적혀 있다.

 “처형을 해야 하오”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1920년대 초반, 청산리 전투가 끝난 이듬해 만주 간도 일대에서 활동하는 한 독립군 부대의 회의 장면을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독립군 부대원 오창렬의 부대 무단이탈 사실을 감지하고도 이를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은 김경숙에 대한 단죄(처형) 여부가 회의의 주제다. 사령관 김동천은 긴박한 상황에서 오창렬과 김경숙의 행위는 반역죄에 해당한다며 김경숙을 처형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는 반면, 참모들은 처형은 너무 가혹하다며 처벌 강도를 낮출 것을 주장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추가적 사실들이 드러난다. 오창렬의 무단 이탈이, 고향에 계신 노모가 일경에게 가혹한 고문을 당한 끝에 머잖아 세상을 뜰 것 같기에, 그 임종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이탈을 방조한 김경숙은 오창렬의 애인이자 김동천 사령관의 친딸이라는 것 등이다.

 한수영 교수는 “좁은 작전실의 긴장감 넘치는 회의 상황 묘사는 생전에 연극과 시극에도 큰 관심을 지니고 참여했던 최일수의 예술적 취향을 보여준다”면서 “조직의 규율인가 인륜에 기반한 인정인가 하는 갈등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를 연상시키는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 <아집>이 포함된 <최일수 선집>은 다음달 출판사 현대문학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한수영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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