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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부러진 화살’의 이유 있는 흥행 명중

등록 2012-01-24 14:16

지난 2007년 ‘석궁테러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 아우라픽처스 제공
지난 2007년 ‘석궁테러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 아우라픽처스 제공
 개봉 5일 만에 손익분기점(50만명)을 넘었다. 상영관수도 개봉 첫날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씨제이(CJ)·롯데 등 대기업 배급망을 타지 않은 ‘저예산 영화’(순제작비 5억원·마케팅 비용 등을 더한 총제작비 15억원)가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거둔 성과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부러진 화살>은 23일 19만4367명(누적 67만2207명)을 모았다. 같은 날 27만4032이 관람한 엄정화·황정민 주연의 <댄싱퀸>(누적 90만6860명)에 이어 흥행 2위를 지켰다.

 <부러진 화살>이 25일께 100만명까지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1일 관객수’가 증가 추세에 있어서다. 개봉 첫날 3만203명으로 출발한 <부러진 화살>은 4만4976명(19일), 7만8473명(20일), 16만1005명(21일), 14만4999명(22일), 19만4367명(23일)으로 상영 초반보다 6배나 관객이 증가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러진 화살>은 상영관도 CJ E&M이 투자·배급한 <댄싱퀸>, 롯데시네마가 투자·배급한 <페이스메이커> 등의 대기업 배급망에 밀려 개봉 첫날엔 245개관에 그쳤다. 하지만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23일엔 200여개관을 더 확보해 436개관으로 확대됐다. 홍보비용이 많지 않다 보니, 개봉 전 ‘2만명 목표 일반시사회’를 통한 ‘입소문 효과’를 노렸던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석궁테러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부러진 화살>은 우리 사회의 비상식과 사법권력의 위선을 힘있게 겨누면서도, 대중적 재미를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순제작비 5억원으로 몇십억원을 들인 웬만한 상업영화 못지않은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선 적은 제작비의 고충을 분담한 배우들과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을 찍은 김형구 촬영 감독 등 국내 최고 스태프들의 참여가 영화의 수준을 높였다고 입을 모은다.

 알려졌듯 이 영화엔 안성기 등 배우들이 교통비 수준의 비용 외엔 개런티를 받지 않고 출연했다. 배우들은 영화 수익이 생겨야 보너스를 받는 ‘러닝개런티’ 조건으로 출연에 응했다.

 안성기는 “돈이 없다. 그래서 돈을 주지 못한다. 정치·사회적으로 봤을 때 내용이 껄끄럽다. 하지만 당신과 내가 (빨치산을 다룬) <남부군>,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재조명한) <하얀전쟁> 등 껄끄러운 작품을 같이 해서 성공했듯, 안성기가 출연하면 이 영화도 성공할 것 같다”는 정 감독의 얘기를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로 나온 박원상은 배우 본인이 이 영화의 출연을 기대했으나, 정 감독이 좀더 인지도가 높은 배우를 찾느라 출연여부가 선뜻 결정되지 않았던 경우다. 정 감독은 “‘박 변호사’로 박원상을 확정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돌고 돌아 당신에게 이 배역이 왔는데, 그 섭섭함을 연기로 나에게 복수해달라’고. 그런데 정말 제대로 복수해줬다”며 만족해했다.

 <부러진 화살>은 법정에서 판사와 설전을 벌이는 ‘김 교수’(안성기)와, 그를 변호하는 ‘박 변호사’란 이질적인 캐릭터들이 싸우며 화해하는 과정에서 극적인 재미를 높인다. 피고인들의 ‘합리적인 의심과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판사로 나오는 이경영과 문성근의 연기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러닝타임 2시간도 넘지 않는 100분짜리 영화에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응축시킨 노감독의 연출력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대학강단에 서고 있는 정지영 감독은 <까>(1998년) 이후 13년 만에 연출작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담당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정지영 감독은 60대 중반으로 현역에서 작품을 내놓고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감독”이라며 “한국영화계에 노감독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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