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앵그리버드 협약식. 조현오 청장(왼쪽)과 로비오엔터테인먼트 헨리 부사장(오른쪽), 경찰청 제공
외국 게임업체의 캐릭터, 학교폭력근절 예방홍보용으로 선정돼
“국내 인기 캐릭터 놔두고 굳이…” 4개 단체 “위촉을 철회하라”
“국내 인기 캐릭터 놔두고 굳이…” 4개 단체 “위촉을 철회하라”
최근 경찰청이 외국 게임 ‘앵그리버드’를 학교폭력근절 예방홍보 캐릭터로 선정한 것을 두고 국내 애니메이션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청이 국내 애니메이션 인기 캐릭터를 두고 굳이 외국 게임 캐릭터를 택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영화애니메이션감독·프로듀서(PD)협회 준비위원회·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우리만화연대·한국애니메이션학회 등 4대 단체는 29일 성명서를 내어 “앵그리버드 위촉을 철회하고, 경찰청은 애니메이션·게임 단체와 논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캐릭터를 선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은 게임·애니메이션 등에서 다양하고 좋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공공기관 경찰청이 외국캐릭터를 이용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앵그리버드는 자신의 알을 훔쳐간 돼지에게 몹시 화가 나서 (새총에 몸을 직접 실어) 돼지에게 몸을 던져 보복하는 캐릭터”라며 “앵그리버드 캐릭터의 세계관이 폭력근절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스마트폰 게임 ‘앵그리버드’를 만든 핀란드 업체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와 캐릭터 활용에 대한 협약식을 연 바 있다. 당시 경찰청은 학교폭력 예방에 캐릭터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연출자인 오성윤 감독(한국애니메이션감독·프로듀서협회 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뽀로로’, 로봇카 ‘폴리’, 학교에서의 일화를 다뤄 현재 케이블방송에서 시청률 최상위인‘안녕 자두야’등 인기 국내 캐릭터들도 많다”며 “정부가 애니메이션·캐릭터 등의 진흥책을 누누이 얘기하면서, 학교폭력 방지란 공익활동에 외국게임 캐릭터를 선정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정부가 국내 게임은 학교 폭력의 온상처럼 여겨 각종 규제를 하면서, 외국 게임을 학교폭력 방지 캐릭터로 이용한 건 이중적 태도”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경찰청 앞 1인 시위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앵그리버드를 다양하게 활용할 듯했던 애초 홍보 내용과 달리, “캐릭터를 이용한 거리홍보, 스티커홍보 등을 할 계획은 없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청은 “게임 화면에 학교폭력신고 전화번호 ‘117’를 알리는 배너광고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며 “향후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작품 캐릭터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선 117 번호 홍보도 중요하지만, 117 신고센터 인원 확충과 정부의 근원적인 폭력방지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방송 등 언론을 통해 117 신고센터 상담 전화의 불통이 잦거나, 전화에 응대하는 근무자가 6명 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비난이 일기도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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