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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경쾌한 문체로 남녀사랑 ‘금기’ 깨다

등록 2005-08-04 16:39수정 2005-08-04 16:42

지난달 24일 저녁 평양 인민문화궁전 연회장에서 남북작가대회 폐막연회를 마치고 나오던 소설가 김훈(왼쪽)씨가 북쪽 소설가 남대현씨와 서울 돈암국민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반가워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지난달 24일 저녁 평양 인민문화궁전 연회장에서 남북작가대회 폐막연회를 마치고 나오던 소설가 김훈(왼쪽)씨가 북쪽 소설가 남대현씨와 서울 돈암국민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반가워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북에서 만난 작가들 ③ 소설가 남대현

지난달 24일 저녁 평양 인민문화궁전 연회장.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폐막 연회가 끝나고 작가들이 산회할 무렵, 남과 북의 두 소설가가 감격적인 해후를 했다. 주인공은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57)씨와 북의 작가 남대현(58)씨. 두 사람은 우연히 서울 돈암국민학교 동창인 것을 확인하고 천막교사에서 공부했던 공통의 기억을 끄집어내며 놀라움 속에 반가움을 나누었다.

“문학은 역시 대중성 있어야”

남쪽에서도 출간된 북의 ‘베스트셀러’ 소설 <청춘송가>의 작가 남대현씨는 1947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 돈암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17살 나이에 북송선을 탄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남씨는 1973년 단편 <지학선생>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으나, 작가로서 이름을 높인 것은 1980년 조선노동당 제6차 대회 기념 ‘전국문학예술작품 현상모집’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단편 <광주의 새벽>이 2등 당선하면서였다.

1987년에 발표한 장편 <청춘송가>는 북쪽 소설로서는 드물게 청춘 남녀의 사랑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으로 남과 북 모두에서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인 대학생 출신 제철소 강철직장 기사 리진호가 중유를 대신할 대체연료를 개발하기까지의 악전고투를 연인인 현옥과의 사랑의 우여곡절과 포개놓은 소설이다. 주인공 커플만이 아니라 진호의 직장 내 경쟁자인 기철과 그의 연인인 정아, 그리고 진호의 든든한 친구인 태수 부부 등 80년대 북쪽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을 밝고 경쾌한 문체로 그리고 있다. 특히 이전의 북쪽 소설에서 금기시되다시피 한 심리 묘사가 소설의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청춘송가>의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북에서 만난 남대현씨는 “<청춘송가>는 초판 2만부를 다 팔고 재판 2만부를 추가로 찍었다”며 “문학은 역시 대중성이 있어야 하며 대중성이 있는 작품이라야만 사상도 전달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의 궁극적인 지향은 인간의 삶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민 대중의 투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청춘송가> 이후 남대현씨는 일본 총련의 결성 과정을 다룬 장편 <태양찬가>를 ‘불멸의 력사’ 총서로 창작했고, 2003년에는 북송된 비전향장기수를 주인공 삼은 장편 <통일련가>를 내놓았다. ‘노래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세 장편은 각각 북과 일본, 남의 역사와 현실을 다루고 있는데, 이런 구도는 세 지역을 두루 겪은 작가 자신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통일 가능성 모색 작품 구상중”


<통일련가>는 지난 2000년에 동료 62명과 함께 북송된 비전향장기수 고광인(소설 속에서는 ‘고광’으로 등장)씨를 주인공 삼은 소설이다. 전북 고창 출신인 고씨가 빨치산 투쟁을 하다가 체포된 뒤 전향을 거부한 채 33년간 옥살이를 하고 풀려났다가 북송되는 과정을 담았다. 소설은 작가 자신으로 짐작되는 작가 ‘현’이 잡지사 기자 ‘은옥경’과 함께 ‘고 선생’을 인터뷰하는 현재 이야기와 고 선생이 들려주는 지난 시절이 교차되면서 서술된다. 소설 속에서 은옥경은 고 선생의 인품과 이념적 순결성에 매료돼 그와 결혼하기에 이르는데, 실제로 고광인씨는 자신을 취재했던 여성 소설가 정은옥(42)씨와 결혼해서 현재 평양에 살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 24일 남북작가대회 폐막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2년 이후 4·15창작단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남대현씨는 “6·15 이후 전개되는 남과 북의 상황을 통해 통일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품을 구상 중”이라며 “이와 관련해 남쪽의 신문과 방송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방북한 남쪽 인사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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