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꼭 필요한 곳 돕는게 공정”
“‘시대는 그에 맞는 예술을 필요로 하고, 예술은 그에 맞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한 세기 전 비엔날레 캐치프레이즈가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적용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변화된 시대상에 걸맞는 예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예진흥원을 대신해 이달 말 민간 자율 기구로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예술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병익(67)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은 12일 서울 동숭동 문예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임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 위원장은 처음 “위원장으로 선출된 어제 몇몇 분들이 축하 전화를 해온 데 대해 ‘할 일이 너무 크고 무거운 데 비해 한정된 능력에서 오는 안타까움이 클 것 같으니 미리 위로해 달라’고 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내 당찬 포부를 거침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빈곤, 억압, 무거운 체제 속에서 나름의 문화가 창조·발전해왔지만, 이젠 사회가 풍요·경쾌해지고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또 뉴미디어·아이티(IT)·비티(BT) 등 새로운 산업의 비약적 발전으로 역사의 전환단계에 이르렀고요. 여기에 맞춰 예술 자체도 경계를 넘어 뒤엉키는 퓨전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이처럼 다양하게 급변하는 문화예술 환경에 걸맞는 정책과 지원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 위원장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공정성 문제에 대해 “같은 장르라 해도 지원이 필요한 분야와 어느 정도 자생이 가능한 분야로 확연히 나뉘는 만큼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공정성의 핵심”이라며 “관이 주도하던 시절의 균등한 분배보다는 효과적인 분배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문예진흥기금 운용의 효율성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문화는 경제적인 개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며 “시민들에게 문화 향수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고 문화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삶을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문화예술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문예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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