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기간에 ‘정권 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소설가’ 명의로 신문광고를 실은 것 때문에 선관위에 의해 고발된 소설가 손홍규씨(앞줄 오른쪽)가 18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출석하기에 앞서 고영 시인(앞줄 왼쪽) 등 동료 문인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젊은 문인 137명 ‘정권교체’ 광고
국정원 댓글 의혹 리트위트도 수사
“표현의 자유 억누르는 시도 안돼”
국정원 댓글 의혹 리트위트도 수사
“표현의 자유 억누르는 시도 안돼”
대통령선거의 후폭풍이 문단에 휘몰아치고 있다.
정권교체 바람을 담은 신문광고를 실었다는 이유로 소설가 손홍규씨가 18일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손씨와 함께 광고에 참여했던 젊은 시인·소설가 20여명은 이날 경찰서 앞에서 항의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인기 작가 공지영씨는 최근 국정원 직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경찰에 출두하라는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소설가 백가흠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 독려를 한 일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가 접수돼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문인들은 이런 일련의 사태가 권력의 문인 및 시민 길들이기라 보고 일전을 마다지 않겠다는 기세다. 소설가 하성란·박민규·조해진·황정은씨 등과 시인 손택수·신용목·문동만·김선재씨 등 문인 20여명은 18일 낮 손홍규씨를 소환한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 모여 ‘우리는 정권교체를 희망했던 이유로 돌아가려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문학은 소외된 자의 절망에 공감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버려진 자의 고통과 동행하려는 의지”라며 “부패하고 부정한 정책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고 패권주의와 개발논리에 더럽혀진 삶의 터전으로 들어가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신문광고 참여 문인 137명을 대표해 광고 집행 실무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손씨를 소환한 데 대해 “그 어떤 책임 또한 137명과 더불어 삶과 생명의 위기를 절감하는 시인과 소설가 모두가 함께 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의 댓글 의혹과 관련한 ‘트위트’를 ‘리트위트’했다는 이유로 고발돼 서울 수서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은 공지영씨는 “국정원 직원이 업무와 상관 없는 댓글을 단 것이 사실로 드러났는데, 내 행위가 어떻게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트위터 활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가흠씨도 “페이스북에 투표를 독려하면서 인증 사진을 올린 이들에게 내 책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금품 살포로 둔갑했다. 심지어 바빠서 아직 책을 주지도 못했는데 누군가 나한테 책을 받았다고 신고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의 이시영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문인들과 불화하는 모습을 보니 정권과 문인 사이의 불화가 극에 달했던 박정희 유신 시절이 떠오른다”며 “한국작가회의는 표현의 자유를 제일의 과제로 삼는 만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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