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전남 신안군 안좌도 안좌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우리 동네 음악회’에서 오윤성(앞줄 왼쪽)군과 이다윤양이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뒤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학생들이 금관 5중주로 연주를 받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전남 안좌도 ‘아트캠프’ 음악회
섬마을 아이들과 한예종 학생들
관악·타악기 오케스트라 협연에
강당 한가득 메운 주민들 ‘환호’
한예종·신안군의 공동 프로젝트
“예술의 사회적 역할 깨닫는 계기”
섬마을 아이들과 한예종 학생들
관악·타악기 오케스트라 협연에
강당 한가득 메운 주민들 ‘환호’
한예종·신안군의 공동 프로젝트
“예술의 사회적 역할 깨닫는 계기”
전남 신안군은 ‘천사섬’으로 불린다. 1004개 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눈으로 확인되는 섬은 모두 1025개이지만, 파도에 곧잘 사라지곤 하는 작은 바위섬을 빼고 약간이라도 풀이 자라는 섬만 세면 꼭 1004개라고 한다. 이 중 75개 섬에서 사람이 산다.
18일 낮 전남 목포에서 다리로 연결된 신안군 압해도로 들어갔다. 거기서 40여분 배를 타고 다다른 곳이 안좌도다.
“지금부터 ‘우리 동네 음악회’를 시작허겄습니다~잉.”
사회자의 행사 시작을 알리는 말에 안좌초등학교 강당을 가득 메운 마을 주민들이 뜨겁게 박수를 쳤다.
금빛 단추가 반짝이는 빨간 재킷과 검은 바지의 단복을 입은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고사리손으로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한 아이씩 차례로 앞으로 나와 트럼펫·트롬본·플루트·스네어드럼·색소폰을 연주하면, 검은 옷을 맞춰입은 청년 연주자 5명이 트럼펫·트롬본·호른·튜바 등 금관 5중주로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색소폰을 불러 나온 오윤성(12)군과 이다윤(12)양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보이다가 색소폰을 든 청년 연주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안좌초등학교에서 2009년 창단한 ‘사나래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사나래’는 천사의 날개를 뜻하고, ‘윈드 오케스트라’는 입으로 불어 연주하는 관악기와 타악기로만 이뤄진 악단을 일컫는다. 검은 옷의 청년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1주일 전 이곳에 들어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호흡을 맞췄다.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처음엔 슈퍼맨, 스파이더맨, 산타 할아버지 등의 복장을 하고 다가갔다고 한다.
35명의 아이들이 뮤지컬 곡 ‘오페라의 유령’, 트로트 가요 ‘유행가’ 등을 합주할 때는 머리가 희끗한 오광호 한예종 음악원 명예교수가 지휘봉을 잡았다. 오 교수는 연주를 마친 뒤 “아파트에서만 자란 아이들과 감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좀 어설퍼도 한국을 빛낼 음악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들과 헤어지기 싫어요. 여름방학 때 또 오셨으면 좋겠어요.” 스네어드럼을 연주한 양준범(12)군이 말했다.
이날 연주회는 ‘천사섬의 천사들을 위한 아트 캠프’ 행사의 하나다. 한예종과 신안군(군수 박우량)은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고 아름다운 섬과 바다에 문화와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는 ‘섬 & 아트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그 첫걸음으로 7~18일 암태도·팔금도·안좌도 등 3개 섬에서 초중생 160여명을 대상으로 음악·연극·영상·미술 ‘아트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예종 재학생과 졸업생 30명이 ‘섬마을 선생님’을 자처해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쉽고 재밌는 방식으로 예술을 가르치고 함께 어울려 놀았다.
박종원 한예종 총장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예술이 지닌 사람의 향기를 보태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예종과 신안군이 손잡고 올해 첫 단추를 끼웠다. 이를 통해 한예종 학생들은 예술가가 세상에 무엇을 전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깨닫고, 이곳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예종과 신안군은 오는 5월께 ‘섬 & 아트 프로젝트’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2016년께 세계적 예술축제인 ‘다도해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한예종은 올해 예술의 가치를 캠퍼스에서 사회로 확산시키는 ‘케이아츠셰어링’(K-ARTSharing)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신안군과 진행중인 ‘섬 & 아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국외 예술교류봉사, 찾아가는 문화행사, 전통예술나눔 등 세부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총장은 “예술이 예술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예술의 가치와 영역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안/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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