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웅(59) 열린책들 출판사 대표
[문화‘랑’]문화인
열린책들 대표 ‘미메시스…’ 세우고
8년 건축 기록 책으로도 펴내
“만들고 나면 내것 아닌 사람들 것”
열린책들 대표 ‘미메시스…’ 세우고
8년 건축 기록 책으로도 펴내
“만들고 나면 내것 아닌 사람들 것”
80억원을 들여 건물을 짓는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즐거운 상상에 웃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대개는 임대형 상가 건물이나 전원 주택 등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실현하는 식으로 결론을 내기 쉽다. 한국 사회에서 건물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 지는 오래니 말이다. 입장료만으로는 건물 유지비의 15%도 감당하기 어려운 미술관을 짓겠다고 나서기란 쉽지 않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이라면 더욱 망설여진다.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그래서 특별하다. 그곳에 가자면 명품 가게들이 화려하게 들어찬 프리미엄 아울렛을 모른 척 지나쳐 500m 더 간 뒤 우회전을 해야 한다. 방향을 전환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햇살 아래 잔디 위에 노출 콘크리트 3층 건물이 곡선미를 뽐내며 교태 부리듯 누워 있다.
미술관을 지은 이는 홍지웅(59) 열린책들 출판사 대표다. 그는 오래도록 “그 지역의 풍경에 어울리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미술관”을 꿈꿨다. 건축가도 찾아 헤맸다.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만든 산타마리아 성당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2005년 11월 그와 건축 계약을 맺었다. 두 나라를 오가며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그는 책도 지었다. 최근 출간된 <미술관이 된 시자의 고양이>(미메시스 펴냄)는 건축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에게 문학과 미술, 책 짓기와 집 짓기는 영역의 구별이 없다. 어린 시절, 교사였던 아버지의 방에는 늘 유화 물감 냄새가 났다. 서재에는 소설책과 아트지로 만들어진 유명 화가들의 화집이 함께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동생과 둘이 들판에 화판을 들고 나가 크레용으로 풍경화를 그렸고 대학 시절에는 시화와 신문 만평·만화를 그렸다. 훗날 함께 그림을 그리던 동생은 미술을 전공했고 그는 자연스레 출판사를 열어 책을 내고 미술관을 꿈꿨다.
1986년 러시아 문학 전문 출판사로 ‘열린책들’을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1100종이 넘는 책을 발간했다. 건물로만 세면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그의 여섯 번째 건물이다. 집을 짓는 일도 책을 짓는 일도 공통점이 있다. “일단 만들어 놓고 나면 내 것이 아니에요. 거기 존재하게 되는 순간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것이 되는 거지요.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으로 책도 건축물도 사회에 내놓습니다.” 15년 동안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준비하고,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8년 건축 기록을 펴내고야 마는 그를 두고 강무성 열린책들 주간이 “마음 속에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넘어질 때까지 찍는 도끼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하는 까닭을 알 듯하다.
글·사진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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