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울수록 인간대접 못받는 현실” 이외수
“인간다울수록 인간대접 못받는 현실”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59)씨가 <괴물> 이후 3년 만의 장편소설 <장외인간>(전 2권, 해냄출판사)을 내놓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닭갈비집을 하는 청년 시인 ‘이헌수’를 주인공 삼은 이 소설은 어느 날 지구 위에서 달이 사라지고 헌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달에 대해 깨끗이 잊어버리는 상황을 설정하면서 시작된다. 혼자서만 달을 기억하는 헌수는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아 병원을 들락거리지만, 작가는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지, 무엇이 건강한 것이고 무엇이 불건강한 것인지를 묻고자 한다. 알코올중독자인 초등학생, 청춘남녀의 동반자살, 명품에 집착하는 여대생 등이 타락한 세계의 구체적인 면모들이라면, 보름달이 뜨는 밤 산꼭대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신비의 여자 ‘남소요’는 구원의 여성상으로 등장한다. 달이 사라졌는데 아무도 몰라
달 기억하는 주인공만 따돌림
달은 인간사회 사랑·낭만 상징
“달에 지성적 존재가 사는데
그와 교신해 작품영감 얻었다” “‘장외인간’이라는 제목은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빗댄 것입니다. 인간답게 살고자 애를 쓸수록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냉소를 담은 제목이죠. 헌수를 제외한 소설 속의 인물 대부분은 극도로 타락한 채 부조리와 범죄에 몸을 담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네 현실에서는 헌수가 비정상으로 취급받고 욕망투성이인 다른 사람들이 정상인으로 대우받습니다.” 23일 낮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이외수씨는 “달이 사라졌다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사랑과 낭만이 사라졌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달의 실종에서 시작되는 이번 작품이 ‘달의 지성체’와 나눈 대화에 적지 않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2년 전부터 ‘달과의 지성 체조’라는 채널링(channelling)을 시작했어요. 달에 사는 지성적 존재와 의식의 소통을 시도한 것이죠. 1주일에 한 번씩 다섯 사람이 모여서 함께 채널링을 하는데, 달에 사는 이들 말로는 중국 인구 정도의 인원이 지하에 시설을 갖춰 놓고 지낸다고 합니다. 미확인비행물체로 지구까지 오는 데 3분 정도 걸린다고 하구요.” 그는 그들 ‘달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노래 <아리랑>의 출처, <정감록> 같은 예언서에 등장하는 ‘궁궁을을()’이라는 글자의 뜻, 심지어는 인간의 달 착륙이 사실인지 여부 등을 묻고 대답을 들었으며, 영계의 이순신 장군과도 달의 메신저를 거쳐 대화를 나누었다고 소개했다.
작가로서 33년째 춘천에서 살아 온 이외수씨는 오는 11월 인근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로 이사할 예정이다. 3년째 화천군 홍보대사로 일한 그를 위해 군에서 만들어 준 마을이다. “예전에 수력발전소로 유명했던 화천에 이번에는 감성발전소를 세울 겁니다. 감성마을의 주민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에요. 나무와 풀과 꽃과 나비와 새와 벌레들이죠. 인간은 그들의 친구일 뿐입니다. 바깥에 사는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려면 ‘여권’을 받아야 합니다.” 기자들이 소설의 내용보다는 ‘채널링’에 더 민감한 관심을 표하자 그는 “그건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내 소설을 비현실·비과학이라고들 하는데, 나에게는 그 세계가 현실인 걸 어떡하느냐.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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