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연대 “심사기준 부실 규제 공백”
‘동일인 주주’ 규제 피한 사례도
‘동일인 주주’ 규제 피한 사례도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받은 종합편성채널(종편)·보도전문채널 심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협력업체들도 종편·보도채널 신청 사업자들에게 대규모 출자를 약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가 세운 심사기준이 실질적인 대주주·주요주주 현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연대는 29일 서울 태평로 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 분야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종편·보도채널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행정소송을 제기해 정보 공개가 미뤄진 <엠비엔>(MBN)을 제외한 10개 신청 사업자들의 자료를 보름 넘게 분석한 내용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삼성전자·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의 영향력 아래 있는 협력업체들이 종편·보도채널 신청 사업자들에게 출자를 약속했다는 부분이다. 태스크포스 쪽은 사업자들이 밝힌 주주 명단과 경제개혁연대가 확보한 2010년 기준 삼성전자·현대기아차 하도급업체 명단을 비교해본 결과, 삼성전자의 9개 하도급업체와 현대기아차의 18개 하도급업체가 <티브이조선>, <제이티비시>, <채널에이>, <머니투데이> 등에 각각 37억4000만원, 169억원 규모의 출자 계획을 내놨다고 밝혔다.
태스크포스 책임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대기업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산하 협력사들이 참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방통위가 일부 주주들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중복 참여와 특수관계자 주주의 지분 참여를 제한했는데, 이런 제한 규정만으로는 실질적인 구속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협력사들 종편 출자 참여
또 언론연대는 ‘동일인 주주’, 곧 법적으로는 개별기업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공통의 지배권 아래 놓인 주주들이나 동일한 사람의 지배 아래 놓인 여러 주주들의 출자 현황을 정리해보니, 사실상 동일인 주주로 묶일 수 있는 주주들이 ‘주요 주주’로서 받아야 할 규제에서 벗어난 사례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컴퓨터, 로지시스, 케이씨에스, 한네트, 한국트로닉스 등 한국컴퓨터지주회사 산하의 5개 계열사들이 제이티비시에 각각 50억원씩 출자한 사례다. 동일인 주주 기준으로 하면 전체 출자금액이 250억원에 달하지만, 모두 개별주주로 쪼개져 있기 때문에 주요 주주로서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명백한 규제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8곳이 4개 종편 사업자에 300억원 규모의 출자를 약속했는데, 이 가운데 부산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등 5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던 부실 저축은행들이 언론사 주주가 되어 이를 모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또 영업정지를 받은 저축은행에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인 예금보험공사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을 들어, “국민 전체의 부담이 됐다”고 비판했다.
학교재단·의료재단 등 27개의 비영리법인이 6개 사업자에 전체 449억원 출자를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비영리법인의 자금운용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종편 심사 때에는 비영리법인이나 외국법인의 출자 등에 대해 자세히 따져묻지 않았던 심사위원들이 보도채널 심사 때에는 같은 사안에 대해 공격적인 질문을 폈던 기록이 나와,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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