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국빈 만찬에 한복을 입고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문화체육관광부 내년 3월 ‘한복 진흥센터’ 설립
‘한복 진흥법’도 추진…‘한복의 날’ 예산도 증액
“방향성 없이 지원할 땐 예산 낭비 부를 수도”
‘한복 진흥법’도 추진…‘한복의 날’ 예산도 증액
“방향성 없이 지원할 땐 예산 낭비 부를 수도”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사랑’에 힘입어 한복 정책을 추진할 전담기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복 정책 전담 기구로 내년 3월 ‘한복 진흥센터’를 만들고 향후 이를 법정기관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복진흥센터는 재단법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로 내년 10억원 예산을 지원받아 한복에 대한 연구, 전문인력 양성, 사업화와 컨설팅 등의 구실을 하게 된다. 정부는 한복 진흥에 관한 법률도 의원 입법(김기현 새누리당 의원 발의) 형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17일 `문화역 서울 284'에서 문체부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사단법인 한복다체총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한복의 날’ 행사를 연다. 서영희 <보그 코리아> 스타일리스트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이번 한복 패션쇼에서는 디자이너 이외희·김민정·강영숙·김영진·김문경·조영기씨가 모두 48벌의 의상을 선보인다. 준비된 의상들은 전통 한복 개념에서 벗어난 것들이 대부분으로, 기존 개량 한복보다 조금 더 예술적이고 비정형적이라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서 감독은 “다양한 한복 디자인 개발을 이뤄줄 장을 만들고 싶었다. 흔히 찜질방 옷이나 일옷으로 쓰이는 질 낮은 한복과 값비싼 ‘고증 한복’의 중간점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창의력을 살린 다양한 옷들을 선보이도록 애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복의 날 행사는 최근 몇년 동안 계속 외면받아왔고, 예산도 들쭉날쭉했다. 지난 2002년 이후 2005년까지 매년 1억~2억원대였던 행사 예산이 지난 2006년 10주년 행사에서 4억원으로 대폭 늘었다가,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때 666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뒤 이명박 정권 동안 내내 1000만원 안팎에 머물렀던 예산은 지난해 대선 기간 겨우 2250만원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 1억3000만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취임식 이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박 대통령의 한복 선호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한복 선호 덕분에 뒤늦게 정부가 부랴부랴 다양한 지원책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문제는 ‘한복의 대중성이냐 고급화냐’ 라는 갈림길에서 정확한 방향성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복의 세계화, 대중화, 고급화라는 서로 다른 정책 방향들이 뒤섞인 가운데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자칫 예산 낭비만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체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이래 행사 때마다 한복의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매력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고 있어 (한복 정책 추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아직까지는 한복의 대중화 정책과 고급화 정책 두가지가 모두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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