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관(54·본명 심일휘)
사쓰마야키 본가 15대손 심수관씨
역사 전공했지만 결국 가업 이어받아
“도자기 전통 계승·현대화, 나의 몫”
역사 전공했지만 결국 가업 이어받아
“도자기 전통 계승·현대화, 나의 몫”
일본 규슈섬 남쪽 끝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작은 마을 미야마는 일본의 대표적 도자기로 꼽히는 사쓰마야키의 발상지다. 1598년 정유재란 때 조선에서 끌려온 도공들의 절반이 이곳에 터를 잡고 도자기를 굽기 시작했다. 지금도 매일 가마의 장작 타는 냄새가 마을 전체를 감싼다. 이 마을 한가운데 갓 모양의 입구 장식과 한국식 정자가 유독 눈에 띄는 공방은 바로 사쓰마야키의 본가로 일컬어지는 심수관요다. 400년 전 심당길이 여기에 처음 가마를 만든 뒤 같은 자리에서 도자기를 빚어온 심씨 집안의 15대손 심수관(54·본명 심일휘·사진)씨가 요즘은 작품을 제작하고 제자들을 가르친다.
“11대까지는 각자의 이름을 쓰다 12대인 심수관 이름을 후손들이 이어받고 있습니다. 장남이 가업과 함께 이름을 잇는 승명을 하게 된 거지요.” 12대 심수관은 187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해 사쓰마야키를 세계적으로 알린 인물이다. 그에게는 오사쿠 가즈테루라는 일본 이름도 있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14대인 아버지가 개명을 했다. “운전면허증 같은 서류 기재상의 편의를 위해서 개명을 했지만 심수관이라는 이름만을 씁니다. 자생의 역사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와세다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심씨는 가업을 잇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젊은 시절에는 내 미래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다는 게 힘들게 느껴져서 다른 진로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선대로부터 400년을 지켜온 가업의 향방을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없었기에 결국 돌아오게 됐지요.” 이후 선친에게 본격적으로 도자 기술을 배우면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여주 등에서 유학을 하기도 했다.
“‘남의 솥에 있는 밥을 먹어라’는 일본 속담이 있습니다. 일은 남에게서 배우라는 뜻인데 그만큼 부모 자식 간에 사제관계가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죠. 다행히도 저와 달리 제 자식들은 일찍부터 가업을 잇기로 마음먹어 이십대 초반인 첫째와 둘째 아들이 현재 교토에서 도자기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자기문화를 비교하면서 “시대에 따라 변해온 한국 자기는 과거에 대한 부정과 미래에 대한 상상이 많이 담겨 있는 반면 일본은 지역마다 특징이 다른 대신 한 지역의 방식이나 스타일이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전통방식과 일본의 문화가 녹아들어가 있는 사쓰마야키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자신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미야마/글·사진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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