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왼쪽부터), 현기영, 염무웅, 천양희, 윤후명 등 원로 문인들이 8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학나눔사업 폐지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원로 문인들 긴급 기자회견
우수도서 선정사업과 통합 반대
우수도서 선정사업과 통합 반대
문학나눔사업을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과 통폐합하기로 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에 원로 문인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민영·천양희 시인과 소설가 현기영·윤후명, 문학평론가 염무웅 등 원로 문인들은 8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련해 문학나눔사업의 “실질적 폐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업이 합쳐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관이 되면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운영해 온 문학나눔사업에 관이 개입하게 되고 자율성을 해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통제와 검열의 시대로 돌아가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그동안 독립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문학나눔사업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교양도서 보급사업의 일부로 통합시키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문학을 출판산업에 예속시킬뿐더러, 지원금을 빌미로 문학인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학의 진흥을 위해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진 민간단체에 운영을 맡겨 왔던 문학나눔사업을, 출판산업 진흥이 목적인 공공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것은 다시 통제와 검열의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신경림·정희성 시인, 소설가 최일남·윤흥길·황석영·조정래, 문학평론가 백낙청·구중서 등 모두 13명의 원로 문인이 서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와 국제펜클럽한국본부(이사장 이상문)는 지난달 30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문학나눔사업의 존치를 촉구했다. 도종환 의원(민주당) 역시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두 사업의 기계적 통합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사업이 통합되면 문학 지원금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문학을 통제하고 검열의 수중에 넣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문학지원사업은 문학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나눔사업은 복권기금으로 구입한 우수 문학도서를 소외계층과 지역에 보급해 온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 목적이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과 비슷하다고 보고 2014년부터 두 사업을 통합 운영하고 예산을 90억원에서 14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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