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낭송회 여는 백기완 소장
첫 시낭송회 여는 백기완 소장
삶의 아픔을 몸으로 빚는 ‘저항문학’
29일 행사서 시 12편 후배들과 공연
각계 인사들 ‘민중민주주의 선언’도
“사람됨 잊어버리는 현상 타파해야”
삶의 아픔을 몸으로 빚는 ‘저항문학’
29일 행사서 시 12편 후배들과 공연
각계 인사들 ‘민중민주주의 선언’도
“사람됨 잊어버리는 현상 타파해야”
“시는 글을 아는 사람들의 예술 창작 행위이지만, 예로부터 글 모르는 사람들이 몸으로 만들어 하던 게 바로 비나리입니다. 비나리야말로 무지렁이들의 문학, 요샛말로 민중문학이죠. 지금은 신자유주의 아래서 모두가 절망이 아니면 타락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됨을 잊어버리고 다들 속으로 병들어 가는 거죠. 이럴 때 현상을 타파하는 예술로서 비나리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로 ‘재야 투사’ 백기완(사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생애 첫 시낭송회를 마련한다. 29일 저녁 7시30분 서울 조계사 안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리는 ‘백기완의 비나리’가 그것이다. 낭송회를 앞두고 11일 낮 서울 대학로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백 소장은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비나리’라는 말의 뜻 그리고 이 시점에서 비나리를 펼치게 된 까닭을 힘주어 설명했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세상이 왜 이리 됐냐’, ‘무언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합니다. 30여년 만에 군사독재 잔당이 다시 권력을 쥐었는데, 그동안 내가 무얼 했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죠. 삶의 아픔을 몸으로 빚어내는 게 비나리입니다. 생명 아닌 것이 생명을 죽이는 것에 대한 생명의 몸부림이 저항이고, 저항문학은 곧 비나리문학인 것이죠.”
백 소장은 비나리의 뼈대가 내가 남을 어르는(=격려하는) 것과 내가 나를 달구는 두 가지라고 했다. ‘혁명이 늪에 빠지면 문화예술이 나서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절망과 퇴폐에 빠진 현대 예술을 갈아엎고 그것을 사회 전체의 변혁을 위한 힘으로 삼자는 생각이다.
29일 낭송회에서 그는 <바랄 꽃> <서돌(=짓밟힐수록 꺼지지 않는 불씨)> <한 자락 시여 한 바탕 노래여> 등 자신의 시 열두 편을 낭송할 예정이다. 백 소장의 낭송과 함께 송경동·심보선·진은영 등 후배 시인들의 연대 시 낭송,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연대 합창, 민중가수들의 연합공연 등이 이어지며,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가 모임’ 소속 사진작가들이 최근 노동자·민중 투쟁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관련 영상물도 상영된다.
시 낭송회에 맞추어 정희성·김형수·안상학·김선우·김민정 등 시인 80여명의 저항시를 모은 시선집 <우리 시대의 민중비나리>(가제)가 출간되며, 낭송회장에서는 각계 인사들의 ‘2013년 민중민주주의 선언’도 발표될 예정이다.
11일 낮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송경동 시인은 “삶의 거의 모든 현장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사회적 운동으로서 이런 자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들이 모여 이번 낭송회가 꾸려졌다”며 “지금도 하루에 대여섯 차례씩 투쟁하는 현장을 찾는 백기완 선생님의 연대 정신을 배우고, 박제화한 문화가 아닌 살아 있는 민중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동석한 이도흠 한양대 교수도 “혁명과 예술의 변증법적 조화가 가장 완벽한 변혁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백 선생님이 앞장서서 판을 바꾸는 민중의 쇳소리를 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 소장은 “내가 죽으면 비나리라는 걸 누가 또 얘기하겠는가. 죽기 전에 비나리라는 게 무언지를 보여주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글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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