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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금동반가사유상 온화한 미소에 “원더풀”

등록 2013-11-19 19:41수정 2013-11-19 21:05

‘신라, 황금의 왕국’ 전시장에서 미국 관객들이 신라 유물들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박현 특파원
‘신라, 황금의 왕국’ 전시장에서 미국 관객들이 신라 유물들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박현 특파원
현장ㅣ뉴욕 메트로폴리탄 ‘신라전’

그리스·로마실 중간에 특별전시
화려한 금관과 금제 장신구 등
130여점 유물 호기심있게 관람
NYT “입이 딱 벌어질 아름다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1층 현관에 들어서 우선 전시실 배치도부터 훑어봤다. 세계 4대 박물관인 이곳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자리인 1층 왼편엔 그리스·로마 유물이 배치돼 있는데, 신라 유물은 그리스·로마실 중간쯤에 있는 특별전시실에 마련돼 있었다. 한편으론 호기심이, 다른 한편으론 조금 걱정이 됐다. 서양 고대문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이들 유물과 어떻게 대비될까.

그리스의 대리석 조각상들을 지나가니 ‘신라, 황금의 왕국’이란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4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 열리는 이 특별전엔 국보 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과 국보 191호 황남대총 금관 등 130여점의 문화재들이 전시되고 있다. 자리 배치 덕분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고 있었다.

신라 유물들은 작품의 크기는 작지만 세공의 섬세함이 돋보였고, 무엇보다도 불교 예술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전시장을 압도했다. 문명의 시기가 다르긴 하지만 동서양 고대문명을 대비해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였다. 미국인들의 반응은 더 극적인 것 같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관객 매리 라자(77)는 연신 “원더풀)” “러블리”라고 말했다. 그는 “유물들이 매우 정적이고 평화스러웠다”며 “중국·티벳을 가봤으나 아직 한국은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를 보고 경주를 방문하고 싶은 목록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전시의 핵심 유물인 금동반가사유상,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관총에서 나온 날개모양 관모장식이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제공
왼쪽부터 전시의 핵심 유물인 금동반가사유상,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관총에서 나온 날개모양 관모장식이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제공

특히 금동반가사유상과 금관 및 금제 장신구들의 인기가 높았다. 금동반가사유상은 잦은 반출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논란이 일었던 점을 의식해서인지 그 앞에 보안요원 1명이 상시 배치돼 있었다. 관객들은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이 요원이 엄격하게 통제했다. 이 특별전은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화려한 금관과 금목걸이, 금귀걸이 등 금제 장신구 앞에선 주로 여성들이 오랫동안 서서 호기심 섞인 눈으로 감상을 했다.

석굴암의 축조 과정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디지털 영상물 상영실도 발길이 잦았다. 뛰어난 건축미에 매료돼서인지 한 관객은 영상물을 보며 “마치 잉카문명 같다”고 탄성을 질렀다.

흑해 또는 중앙아시아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황금 보검과 로마 유리그릇 등도 전시 목록에 들어있다. 그래서인지 신라 문명의 성격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분분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고고학자인 뉴욕대 고대세계연구소(ISAW) 카렌 루빈손 박사는 “대학에서 신라 문명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배웠는데 이번 전시를 보니 유라시아와의 관계가 깊었던 것으로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피츠버그대 고고학과 캐서린 린더프 교수는 “한국 문명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도 많이 있으나 문제는 큐레이터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치에서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해 “온유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오른손가락으로 뺨을 만지는 한편으로 오른발을 왼쪽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묘사하며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아름답고 정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조각상”이라고 평했다. 이 신문은 “이 전시를 본 사람이라면 경주행 여행 예약이라는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가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을 촉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특별전시장에 많은 유물들을 전시하다 보니 전시 공간이 협소하고 몇몇 대표적인 유물 외에는 자세한 설명이 돼 있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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