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기사 일부만 바꾼 ‘자기표절’에 반라 사진
연예인 성매매 의혹 재판과 관련해 <조선일보> 인터넷판(조선닷컴)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기사들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며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검색 어뷰징’에 나섰다.
배우 성현아씨의 성매매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9일 오후 조선닷컴은 <스포츠조선> 것까지 포함해 무려 70여건의 관련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들은 성씨가 5000만원을 받고 한 남성과 세 차례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 내용을 다뤘을 뿐 아니라, 그의 과거 이력, 패션, 가족 관계 등 사건의 본질과 관계 없는 내용을 덧붙여 다양하게 확대·재생산됐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성현아, 성매매 당시 나이 보니 몇 살? 충격!”, “성매매 혐의 성현아, 이혼과 재혼 성매매를 모두 한 해에? 충격!”, “결혼해 아들도 있어! 충격”, “시기 보니 재혼 직전”, “남편 알까?”” 따위의 제목들을 달고 있고, 많은 기사에 성씨의 영화 스틸 컷이나 누드 화보 등 반라 사진을 붙였다. 이렇게 제목들은 각각 다르게 달았지만, 재판 내용이나 가족 관계 등 몇몇 주제별로 제목과 기사 본문의 일부 표현만 갈아끼운 ‘자기 표절’형 기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작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공판의 신문 내용이나 검찰-피고인 간 공방은 기사에 소개되지 못했다.
또 위의 제목들처럼 재판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성씨가 과거 누드 화보를 찍었다거나 영화에서 수차례 에로 연기를 했다는 등의 내용을 여러 기사에서 다뤘다. 결혼, 재혼, 남편, 아이 등까지 기사 제목과 내용으로 거듭 다루면서 사건을 계기로 성씨의 사생활까지 거침없이 들췄다. “거액 성매매 이후 초고속 재혼”과 같은 기사 제목에서 보듯 성매매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인터넷 언론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에 대해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을 표현만 조금 바꿔 속보식으로 다량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일을 ‘뉴스 어뷰징’이라고 한다. 이날 오후 네이버에서 ‘성현아’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자 여러 인터넷 언론들이 ‘자기 표절’형 기사를 여러 건 올리며 누리꾼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조선닷컴의 기사 양과 보도 태도는 다른 언론들을 멀찍이 따돌릴 정도로 방대하고 노골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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