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타’ 선호도 달라졌다?-계순희, 조명애
계순희 해맑음에 반하더니 조명애 아름다움에 열광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북한 유도선수 계순희의 금메달 획득은 남한 사람들이 열광하는 북한 스타 제1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90년대 초 탁구와 축구 남북한 단일팀이 만들어지면서 ‘화해’와 ‘이해’의 감동은 이미 경험했지만 북한 사람이 개인의 자격으로 남한 사람들에게 스타로 사랑받은 건 계순희가 처음이었다. 남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좋아요”라고 열여섯 살 소녀의 해맑은 얼굴로 기쁨을 숨기지 않는 계순희에게서 ‘동토의 땅’의 경직된 분위기를 찾기는 힘들었다. 남한 언론들은 “남한 언니”들에게 곰살맞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계순희를 따라다녔고, 얼마 뒤 남한에서는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스타 계순희는 애쓰는 게 안쓰럽고 티없는 게 사랑스러운 ‘여동생’으로 각인됐다. 2002년 8·15민족통일대회는 또 한 명의 북한 스타를 탄생시켰다. 대회 개막식 북한기수단으로 남한에 온 평양예술단 소속의 조명애(24)다. 남한 사람들의 시선이 조명애의 얼굴에 ‘확’ 꽂혔다. 작은 얼굴에 쌍꺼풀 진 눈은 ‘순박함’ 즉, ‘다소 촌스러움’이라는 북한 사람에 대한 인상의 선입견을 바꿔놓으며 새로운 ‘얼짱’을 탄생시켰다. 순식간에 조명애를 ‘흠모’하는 이들의 인터넷 팬클럽이 탄생했고 무려 1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들쭉술 등 북한 상품 판매사이트 표지를 조명애가 장식했고, 지난 6월에는 최고 몸값 스타들이 출연하는 휴대폰 광고에 이효리와 함께 출연했다. 앞으로 그가 출연한 북한산 머드팩 광고가 전파를 탈 예정이고, 남북합작 드라마 <사육신>에도 출연한다. 조명애가 남한에서 스타로 부각된 과정은 김희선, 이영애, 또는 최근의 얼짱 스타들의 성장과 별 다를 게 없다. 계순희와 조명애라는 북한의 아이콘이 남한에서 소비되는 방식은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한다. 계순희가 ‘승리의 드라마’로 팬들을 짠하게 감동시켰다면 조명애는 이미지로 매끄럽게 다가온다. 계순희는 열악한 환경에서 분투하며 기특하게 골리앗(그것도 일본인!)을 쓰러뜨린 다윗의 승리담으로 남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감정에는 민족적 자부심과 측은지심이 동시에 작동한다. 그러나 조명애를 보는 시선에 무용수의 경력과 실력에 대한 호기심은 거의 담겨 있지 않다. 측은지심은 말할 것도 없다. 숨겨진 사연을 캐기보다 지금 보이는 아름다움에 열광한다. 그 아름다움에 특별한 의미나 부연설명을 붙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신세대적이다. 이에 대한 우려도 비판도 많다. 한가지 확실한 건 스타 조명애가 조명되는 방식은 북한을 바라보는 남한 젊은 세대의 시선을 대변하는 가장 현재적인 모습이라는 점일 터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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