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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불공정 인정하고도…방통위 ‘종편 거수기’ 자처

등록 2014-03-19 20:49수정 2014-03-20 08:19

방통위 재승인 의결 ‘궤변’
‘막말 종편 봐주기’ 면피하려
공정성 강화 조건부 ‘면죄부’
‘현 정부에 유용’ 판단도 작용한 듯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기 임기 만료를 엿새 앞둔 19일 재승인 의결로 종합편성채널(종편) 비호 행보의 정점을 찍었다. 방통위는 공정성 강화를 요구하며 ‘조건부’ 재승인인 것처럼 표현했지만, 사업계획 불이행과 극심한 편파·막말 방송에도 합격점을 준 것은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자기부정이자 궤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방안을 제출하라”는 등의 조건을 붙였다. 앞서 재승인 심사위원회도 평가 소견에서 “보수 편향 출연자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티브이조선>), “출연자 섭외가 편향적이고, 인신공격과 막말 등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언어를 사용”(<채널에이>)했다는 등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짚었다.

하지만 재승인 심사와 의결 강행을 보면 면피용 지적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항목에서 <티브이조선>은 배점 대비 57.0%, <채널에이>는 55.3%를 받았으나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 대상인 과락(50% 미만)을 면했다. 방통위는 애초 이 항목 과락 기준을 60%로 하자는 심사안 연구반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두 채널은 이 때문에 살아남은 셈이다. 방통위는 심사기준대로라면 과락이 없는 종편들에 조건을 붙여 재승인할 필요가 없는데도 눈치가 보였는지 조건들을 붙였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의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승인 심사 당시의 부실을 낱낱이 밝히고 미비점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는데도 어느 하나 수용되지 않았다. 규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내려놓은 방통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홍성규 상임위원(가운데), 양문석 상임위원(오른쪽)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종편 재승인 여부를 의결하기 위한 전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홍성규 상임위원(가운데), 양문석 상임위원(오른쪽)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종편 재승인 여부를 의결하기 위한 전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방통위가 내건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종편들이 태도를 고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언론학)는 “종편들이 면죄부도 받았는데 뭐가 무서워 태도를 바꾸겠냐”고 말했다. 종편들은 최근에도 야권 통합신당을 “불륜·내통한 사이”(채널에이)라며 노골적으로 깎아내렸고, 지난주 재승인 심사가 진행 중인데도 보란 듯이 이와 비슷한 내용의 방송을 이어갔다.

이렇게 규제기관을 우롱하는 듯한 행태에는 방통위의 묵인과 비호가 역할을 했다. 1기 방통위가 방송법 개정과 사업자 승인, 의무전송채널화, ‘황금채널’ 배정 등 특혜를 선사한 데 이어, 2기 방통위도 여러 특혜를 베풀어왔다. 하지만 승인 당시의 사업계획서를 크게 벗어나는 행태(보도 편성 비율은 2배가량, 재방 비율은 2~4배 안팎, 투자액은 25~65%에 불과)에다, ‘5·18 북한군 투입’ 등 악의적 오보와 막말을 일삼는데도 수수방관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시정명령에 이어 올해 1월 3750만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한 정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종편들을 제재했으나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방통위가 종편들에게 휘둘리는 데에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연장선에서 종편이 출발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용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통위 구조 자체도 종편에 크게 유리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최시중 1기 위원장, 2기 마지막 위원장이며 ‘친박’ 정치인인 이경재 위원장은 둘 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채널에이를 보유한 <동아일보>의 정치부장 출신이다. 이경재 위원장은 “재승인 때 한두 곳 탈락할 수도 있다”며 종편의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왔지만 허언이 되고 말았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상임위원 5명 중에는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포함되지만 숫적 열세로 종편의 폭주와 방통위의 봐주기를 견제하기 어렵다. 야당 추천을 받은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의결이 1차 시도된 17일, 재승인 의견서를 10분 전에야 받았다며 “위원회 체제를 거수기처럼 생각하는 발상”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들 때문에, 방통위가 종편의 과거에 면죄부를 줬을 뿐 아니라 계속 지금처럼 해도 된다는 면허장을 줬다고도 할 수 있다. 정연우 교수는 “종편 출범 때 미국의 <폭스뉴스> 같은 게 될 거라고 했는데 폭스뉴스보다 훨씬 심한 방송을 하고 있다. 정권으로서는 그런 채널이 몇 개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고, 방통위는 그런 종편들의 재승인에 행동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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