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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조승우 전라도 사투리 음청 귀엽소이~

등록 2014-04-07 20:07

<신의 선물-14일>(사진·에스비에스 월·화 밤 10시)
<신의 선물-14일>(사진·에스비에스 월·화 밤 10시)
‘신의 선물-14일’ 주인공 맡아
인간미 담긴 말투로 생동감 살려
‘사투리=부정적 인물’ 공식 깨
심의 완화 ‘사투리 드라마’ 늘듯
“아따 아줌마, 암튼 음청 반갑소이. 살아서 다시 만나니까 더더욱 반갑네이~.”

<신의 선물-14일>(사진·에스비에스 월·화 밤 10시)에서 흥신소를 운영하는 전직 경찰 기동찬(조승우)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기동찬의 고향이 전라도 무진(가상의 도시)이니 사투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가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보면 의외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죽은 딸을 살리려 14일 전으로 ‘타임워프’(시간의 흐름을 과거나 미래로 옮기는 현상) 된 김수현(이보영)과 기동찬이 범인을 쫓는 정통추리물이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스비에스·2012년)에서 이범수가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등 주인공이 사투리를 사용한 드라마는 예전에도 많았지만, 전라도 사투리는 이례적이다. 보통 드라마에서 사투리는 ‘촌스럽거나 열등한 인물’한테 ‘배치’되는 게 보통이다. 가사도우미나 운전사 등 특정 직업군에 한정됐고, 재미를 불어넣는 감초 조연들이 주로 사투리를 썼다.

특히 전라도 사투리는 조폭 등 부정적 인물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1970~80년대 영남 출신 군부 독재자들의 통치 탓인지 1971년 <수사반장>(문화방송) 속 범인 등 드라마의 악역들이 대부분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 1998년 정권 교체 이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악역이 비로소 제대로 등장했지만, ‘전라도 사투리=부정적 인물’이라는 공식은 크게 깨지지 않았다. 2010년 <추노>(한국방송) 방영 당시에는 전남도 쪽에서 한국작가협회 등에 “전라도 사투리를 바로 써달라”고 건의한 일도 있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지역에 대한 편견이 지역 언어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졌다. 전라도 사투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드라마 캐릭터에 그대로 차용되면서 지역 언어에 대한 편견들이 심화됐다”고 했다.

최근 들어 사투리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응답하라 1997>(티브이엔·2012)이 거부감을 없앤 계기가 됐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부산 사투리를 썼는데, 지역 특색을 잘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윤석진 교수는 “<응답하라…>는 사투리를 통해 인물의 성격과 당시 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 준 작품”이라고 했다.

<신의 선물-14일>은 사투리가 따로 의식되지 않으면서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 무엇보다 전라도 사투리는 조승우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조승우의 소속사 ‘피엘(PL) 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는 “캐릭터의 느낌이 더 잘 살 것 같아 조승우가 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조승우의 고향은 서울이지만, 외가가 전남 쪽이다. “어머니가 평소 전라도 사투리를 써서 따로 공부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방영 초반 어색하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사투리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데는 조승우의 연기력이 한몫을 했다. 일부러 과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평범할 수 있던 기동찬의 캐릭터를 친근하고 인간미 있게 만들었다. <신의 선물-14일>을 기획한 콘텐츠케이(K)의 최관용 대표는 “기동찬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더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사투리로 능청스레 명대사까지 만들어내는 기동찬 덕분에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호감도 올라갔다. 사투리가 매력적이고 개성적인 말투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블로그 등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이렇게 귀여운 줄 몰랐다”, “사투리를 써도 캐릭터가 멋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는 글이 올라온다.

‘사투리 드라마’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방영 중인 <신의 선물-14일>과 <참 좋은 시절>(한국방송), <왔다! 장보리>(문화방송) 외에도 30일 시작하는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스비에스)에서도 사투리를 쓴다. 사투리는 드라마를 넘어 방송 전반의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투리가 무형의 문화유산”이라며 표준어만 가능하던 티브이 광고에서도 사투리를 허용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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