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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좌파가 패배했다?

등록 2014-05-01 19:24수정 2014-05-01 21:10

영국 신좌파 잡지 ‘뉴레프트리뷰’의 표지.
영국 신좌파 잡지 ‘뉴레프트리뷰’의 표지.
영국 신좌파 잡지 ‘뉴레프트리뷰’
사회학 거장 테르보른 등 글 통해
자본주의 대안세력 부재 이유 분석
신자유주의가 몰락의 길로 가고 있는데 왜 어떤 대안 세력도 등장하지 않는 것인가? 사회운동은 왜 대안적 헤게모니 기획아래 집결하지 않는 것인가?

1960년 탄생한 영국의 신좌파 잡지 <뉴레프트리뷰>의 한글판 5호(사진)가 나왔다. 15편의 글들 가운데 특집 ‘21세기 자본주의론’이 먼저 눈길을 끈다. 스웨덴 출신 사회학자 예란 테르보른이 쓴 ‘21세기 계급’, 독일 사회학자인 볼프강 슈트렉의 ‘고객으로서의 시민’, 미국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삼중운동?’ 등 자본주의의 확장에 맞선 대안세력이 어째서 형성되지 않는지 분석하는 글들을 모았다.

평생 세계화와 불평등 문제에 몰두해온 사회학의 거장 테르보른은 20세기가 ‘노동계급의 시대’였지만, 21세기에 이르러 “좌파가 패배”했다고 본다. 사회민주주의는 항복했고, 복지국가는 저항에 직면했으며, 마르크스의 거대한 변증법은 그 운동이 정지하거나 역전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아예 접지는 않는다. 각 나라 내부의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계급’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집단적 구분이 ‘중산층’과 ‘서민’으로 나눠진 가운데, 둘 가운데 누가 새로운 계급투쟁을 선도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고 있진 않지만 이 노학자는 노동계급을 포함한 서민의 구실에 조심스럽게 무게감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슈트렉은 대안세력 형성에 좀더 비관적이다. ‘고객으로서 시민’이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되면서 정치적 공동체에서는 멀어졌다고 본다. 그는 이런 탈정치화 움직임이 시장 사회에서 공적 명령을 부과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시민적 의무로서 정치 참여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재미로서의 정치 참여에 자리를 내주게 되고, 정치 영역도 집합적 의무이기보다 소비자적 선호와 취향의 문제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테르보른이 중간계급을 민주적 개혁의 전위가 아니라 ‘상황적으로’(기회주의적으로) 민주적일 수도, 반민주적일 수도 있는 집단이라고 설명한 것과 비슷하게 슈트렉도 개혁 지향적인 중간계급(고객)들은 집합적 정치 기획을 외면하고 조세에 저항적이며 탈정치화한다고 풀이한다.

프레이저는 21세기가 칼 폴라니의 ‘이중운동’을 넘어선 ‘삼중운동’의 시대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폴라니는 탈규제를 선호하는 정치세력과 ‘사회’를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두 전선이 대립해 사회의 역동성을 만든다고 봤지만, 이 분석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프레이저는 새로 등장한 해방운동 세력을 ‘삼중운동’의 한 축으로 본다. 반인종주의·반제국·반전·신좌파·여성주의 2세대·성소수자 해방운동 같은 것들이다. 프레이저는 이들이 재분배보다 인정정치에 몰두하는 제3의 정치적 기획을 신봉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위험한 내통관계’를 형성했다고 분석한다. 해방운동이 신자유주의의 능력주의, 출세주의, 소비주의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방운동의 발흥은 “분명히 하나의 진보”라고 평가하며 이들이 사회보호운동과 새 동맹을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자유주의와 내통을 단절하고 새로운 삼중운동의 축을 적극적으로 재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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