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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어머니 돌아가신 뒤 죽음에 대해 정리하고 싶었다”

등록 2014-05-29 19:00

장편소설 <만가>로 제19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최지월씨는 “어머니의 죽음이 내게 가한 타격에서 벗어나고자 쓴 작품이기 때문에 문학상 수상에 연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
장편소설 <만가>로 제19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최지월씨는 “어머니의 죽음이 내게 가한 타격에서 벗어나고자 쓴 작품이기 때문에 문학상 수상에 연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
한겨레문학상 ‘만가’ 최지월씨
장례뒤 남은 가족들의 갈등 등
자신의 경험 바탕으로 소설 써
염습·입관 등 관습 세밀하게 기술
“죽음·장례에 대한 정보 주고파”
 
문헌정보학 전공뒤 ‘사서’로 생계
온라인 창작활동…‘만가’는 첫장편
“다음번엔 인문교양서 쓰고 싶다”
“2012년 여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이 제게는 큰 타격이었어요. 몸도 아프고 기억력도 나빠지고, 아예 넋이 나간 상태가 되었죠.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의 그런 반응에 스스로도 무척 놀랐습니다. 이 소설은 저부터가 죽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쓰기 시작한 작품이에요.”

5000만원 고료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만가>(輓歌)의 작가 최지월씨는 이 소설이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죽음을 공식화하는 장례 절차의 복잡성과 혼란상, 어머니의 죽음 뒤 남은 아버지와 주인공이자 화자인 딸 사이의 갈등, 언니 및 여동생과의 마찰 등 소설의 기본적인 얼개는 거의 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소설인 만큼 여기 담긴 이야기는 모두 허구라는 전제를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만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49일째 되는 ‘사구재’ 날부터 시작해 100일 탈상까지 50여일을 날짜순으로 쫓으며 죽음이 남은 가족들에게 끼친 파장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관념과 관습을 꼼꼼하게 되살린 소설이다. 가족의 죽음 직후 남은 이들이 겪는 혼란과 부담이 생생하게 묘사되는 한편, 염습, 입관, 사구재, 위패, 제사 등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관습의 유래와 형식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시시콜콜하게 기술된다.

“저는 스스로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 자부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이틀에 한번꼴로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는 거예요. 한국인으로서 죽음에 관한 선험적 의식 또는 무의식이 제 안에도 있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사태이지만, 정작 죽음과 장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에서 저는 그런 독자들에게 죽음과 장례에 관한 ‘정보’를 주고 싶었습니다.”

33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가 퇴직한 아버지 그리고 친언니한테서 “사람들이 다 너처럼 머리로 살지 않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냉정하고 합리적인 주인공, 두 인물이 부딪치며 빚어내는 긴장과 갈등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작가는 “나에 비하면 그래도 주인공은 착한 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소설 주인공처럼 강원도 원주 출신인 작가는 서울여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잡지사와 출판사, 신문사 정보자료실 근무 등을 거쳐 2009년부터는 ‘사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다고 밝혔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는 좋아했지만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문학 창작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그가 처음 ‘소설’을 쓴 것은 2000년 무렵 온라인 창작동호회 활동을 하면서였다. “달콤한 로맨스 소설을 쓰면 독자들이 댓글을 달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재미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 뒤 신춘문예에도 두어번 응모했고 장편 판타지 하나와 ‘일반적인’ 장편소설 한편의 초고를 쓰긴 했지만, 공식 등단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만가>가 자신이 완성한 첫 장편이라는 그는 “타인의 인정보다는 스스로 작가라는 정체성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차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민담이나 신화, 전설에 관심이 많습니다. <만가> 역시 바리공주 설화나 심청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셈이지요. <만가> 이후 다음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소설은 아니에요. 우리 설화 속에 해와 달이 하나씩이 아닌 복수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제 나름대로 정리하고 해석해 보는 인문 교양서 성격의 책을 쓰고 싶어요.”

작가로서는 “인문학적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소설을 써서 전문가와 일반 독자의 사이를 이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는 “<만가>를 쓰는 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쓰는 과정을 통해 저 스스로 인격적으로 성숙했다고 느꼈다”며 “힘든 일을 겪은 독자들 역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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